4-14. 말레이시아 2.5달 배낭여행 ; 문화가 멋드러진 매력적인 조지타운, 두번째. 어우러짐을 배운 한 달의 여행 - 2025년 2월의 기록
말레이시아 배낭여행
문화가 멋드러진 매력적인 조지타운, 두번째. 어우러짐을 배운 한 달의 여행
역시,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쉽지않은 일이다. 특히나 현재는 태국 코끼리보호소에서 워크어웨이 중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훨씬 코끼리보호소에서의 자원봉사를 즐기고 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코끼리를 보러가거나 수영장에서 쉬며 책을 읽으며 더운 날씨와 싸우고... 저녁을 먹은 이후 같이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거나 팀과 함께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으로 옆에서 카탄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글쓰는 게 느려져 아직도 말레이시아에 머물러있다.
팀과 같이 대화를 하면서 '생산성 있는 하루'를 보내자는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이 곳에서 이렇게 느리게 워크어웨이를 하며 즐기다보니, '생산성'이란 말도 나는 일에 그리고 팀은 대학 프로젝트로 인해 무조건 '바쁘게', 혹은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진정 생산적이라고 우리가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코끼리들을 보며 그저 미소짓는 일도, 수영장에서 누워서 햇볕을 받는 시간도, 게임을 하는 시간도 우리가 우리에게 주기로 한 이 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면 - 그거 자체로도 행복하고 나 자신에게는 정신적으로 '생산적인' 일이라고 마음의 변화를 주기로 했다.
여튼 말레이시아에서의 두번째 워크어웨이 목적지였던 조지타운. 조지타운에서 우리가 묵었던 'Someplace Else' 호스텔은, 러브레인에 위치한 곳이었고 그 근처는 야시장이 여러개 몰려있기도 한 'China Town 차이나타운'이었지만 그 곳에서 약 5-10분만 걸어가면 'Little India 리틀 인디아'가 나오는, 두 문화를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지정된 곳이라 유네스코의 허락(?) 없이는 건물을 개조할 수 없기에 조지타운은 차이나타운과 리틀 인디아 모두, 그 옛스러운 건물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러브 레인은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 캄보디아 시엠립의 펍 스트릿과 그 위치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주변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펍과 레스토랑이 즐비하지만 - 무슬림 국가라 알콜 가격이 다른 동남아에 비해 아주 높고, 불법 약물은 꿈도 꿀 수 없는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에 다른 곳들에 비해 훨씬 안전하게 느껴졌다.
또한, 조지타운에는 '벽화 투어'가 유명할 정도로 그 근처에 벽화가 많아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벽화는 힌두 문화, 중국 문화, 무슬림 문화 등이 다 합쳐져서 섞이고 있는 듯 하는 벽화였는데 이 벽화가 내가 겪은 말레이시아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느껴졌었다.
페낭 하면 음식, 음식 하면 페낭이라고 할 정도로 페낭/조지타운은 음식으로도 유명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로컬 음식, 그것도 나는 야시장 탐방을 정말 좋아하는데 호스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그 주변 가장 유명한 야시장이 두개나 있어서 저녁 걱정이 없었다. 간단하게 채식 누들을 파는 곳에서 저녁을 해결한 날도 있었고 말레이시아계 중국음식을 먹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호스텔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 식도락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사모사...! 인도인들의 스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모사는 채식으로 만들기 쉬워 나와 팀은 브리즈번에서도 즐겨먹었었는데, 우연히 호스텔에 가까운 리틀 인디아에 '미슐랭 스타'를 받은 길거리 사모사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야채 사모사 하나 당 1RM, 약 330원! 우리는 여기에서 지낸 2주간 거의 매일간 사모사를 먹었고 사모사 뿐만 아닌 다른 인디안 스낵, 케잌 등을 이 길거리 사모사 가게에서 배불리 먹었다. 저렴하지만 간단하고 바쁘기 때문에 금방 튀겨져나오는 사모사를 맛볼 수 있었는데 두달이 넘게 지난 아직도 사모사가 그리울 정도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걸어다니다 우연히 마주한 인도 스타일 'Economy Rice / Nasi Kandar - 이코노미 라이스 / 나시 칸다' ! 주인이 그릇에 밥을 퍼주면, 미리 준비되어있는 야채/고기/계란 요리 등을 원하는 만큼 담고, 주인이 와서 가격을 불러주는 시스템인데 야채요리를 찾기 힘든 곳도 있었는데 사모사 가게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곳에는 야채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친절해 우리는 이 곳의 단골이 되었었다. 사실 나와 팀은, 브리즈번에서는 인도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 말레이시아에서 '진짜' '제대로된' 인도 음식을 맛본 이후, 아직도 우리는 사모사와 그 나시 칸다를 그리워하는 인도 음식의 팬이 되었다.
또한, 조지타운에는 식도락으로 투어가 여러가지 있을 정도로 야시장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는 숙소 위치가 좋았기 때문에 - 우연히 만난 길거리 디저트 가게에 별이 달려있고, 야시장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일도 있어 딱히 찾아서 투어를 하지는 않았다.
조지타운은 조지타운 중심가 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도 볼거리가 많기로 유명했다. 보통 다들, 조지타운의 북서쪽에 있는 국립공원을 많이 가는데 우리는 쉬는 날 조용함을 느끼고 싶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다고 알려진 남서쪽에 벼농사하는 곳인 Balik Pulau Rice field와 그리고 그 근처의 해변인 Pantai Pasir Panjang을 방문했다. 나는 사실 한국에서도 어릴 때는 시골에서 자라나서, 벼농사를 보는데 딱히 큰 감흥이 없지만 독일과 호주에서 자란 팀은 벼농사 하는 걸 볼때마다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ㅎㅎㅎ
숙소로 그 곳에서 돌아오는 길, 뱀들이 사는 절로도 알려진 Snake Temple도 방문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 조지타운 북서쪽 국립공원과 다른 곳도 많이 가보고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몇 일동안 내가 몸이 좋지않아서 다른 곳을 많이 돌아보지는 못했다. 비록, 조지타운의 자연을 모두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더운 말레이시아에서 깨끗하고 시원한 해변 그 근처에 있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었던 것 같다. 또한, 호스텔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바다 쪽이기 때문에 아직도 잘 보존된 옛 배 터미널에서 팀과 걸어다니며 구경한 일, 주로 로컬들이 오는 바다 근처 방파제에서 저녁을 먹은 뒤 시원한 말레이시아 팥빙수라고 할 수 있는 '첸돌'을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밤 바다 바람을 맞으며 산책한 일도 - 매일 행복한 일이 많은 날들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몇 일간, 팀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워터파크도 가보고 싶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온 몸 그것도 특히 타투 있는 부분에만 알레르기가 생겨 근처 약국에서 스테로이드 크림과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며 간지러움과 피로와 싸우느라, 워터파크도 가지 못하고 다른 하고싶던 하이킹 등도 할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조지타운 다음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 있는 사바에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나는 몸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고 싶어서 다른 액티비티보다는 쉬는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쉬움이 조금은 남는 조지타운 여행이었지만, 조지타운의 "꼭 가봐야할 곳"보다는 우리에게 그 순간 맞는 여행을 해가고, 그 근처의 '로컬'이 되는 경험도 해보는 행복한 날들이었다.
글을 쓰면서 '그 어딘가에서'의 생활이 편안했고, 마음 맞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날씨가 좋았던 날들에도 -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언젠가, 그 어딘가에서 다들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