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2일째, 2025년 5월 17일.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2일째, 2025년 5월 17일
워크어웨이의 둘째날이 밝았다. 도착한 날, 우리에게 봉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던 승려님이 보여주신 스케쥴 표를 따라서 새벽 5시 명상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4시 반에 알람을 해두었다.
새벽 4시 25분쯤, 절을 울리는 무겁지만 깨끗한 종소리에 눈을 뜨고 알람을 끄고 아직 일찍 일어나는 것에 적응 되지 않는 몸을 일으켰다. 대충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콘택트렌즈를 넣고 깨끗한 옷에 쪼리를 신고 명상을 하는 법당으로 4시 50분 쯤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명상 하는 법당은 내가 머무는 곳의 바로 앞!
도착하니, 주 승려님인 “루앙 매”께서 들어가자고 해주셨다. 법당에는 루앙 매가 제일 앞에 앉고, 그 뒤에 승려님들을 위한 약 6개의 방석이 있고 그 뒤에 자원봉사자들이 앉을 방석 5개쯤이 있다. 방석에 가부좌 자세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기다리다보니 팀을 포함한 다은 자원봉사자들과 다른 승려님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 된, 절에서의 첫번째 명상 …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것에 집중해야하나? 명상을 하는 도중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해야하는지 명상을 하며 하는 호흡에 집중해야하는지 - 이론적으로는, 호흡에 집중해야함을 알고있음에도 내 머리는 자꾸만 잡생각을 내게 던져주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잡생각을 떨쳐내고 몇 번의 다리 저림으로 가부좌 자세가 흐트러져갈 때 쯤, 루앙 매의 알람이 울렸고 루앙 매와 승려님들의 “찬팅 Chanting”을 끝으로 첫 명상이 끝났다.
명상이 끝난 이후, 팀과 다른 자원봉사자 두 명은 몇몇 승려님들과 함께 미니밴을 타고 시장으로 공양음식인 암 Alm을 거두러 갔고 나는 남은 승려님들과 함께 절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라 해봤자 절의 1층인 공용 공간과 절이 있는 2층을 빗자루로 쓸고 대걸레로 닦고, 공용 공간에 있는 화장실 5개를 간단히 청소하는 일! 청소를 거의 끝내자 약 7시 쯤 미니밴이 도착했고, 나는 팀과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공양음식을 그릇에 옮겨담고 과일을 써는 일을 했다.
그리고 승려님들이 먼저 음식을 드신 다음에야 봉사자들(우리를 제외하고도 이 지역에 사시는 태국 자원봉사자들도 있다.)은 아침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남은 음식을 도시락통에 싸서 데워먹는 식이다. 나는 하루에 보통 저녁으로 한 끼만 먹기 때문에, 저녁용으로 밥과 몇 가지의 태국 음식을 도시락통에 싸두고 커피를 마시며 다른 봉사자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승려님들이 밥을 다 드시고 나면, 다시 한 번 남은 밥은 싸서 집이 없거나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게 되고 우리는 식기 및 수저를 설거지하면 아침 루틴이 끝이 난다.
아침 루틴을 하며 오늘 배운 것이 있는데 -
어제는 내가 “비구니”라는 말을 썼는데 비구니는 여승려 중에서도 아주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만을 말한다고 한다. (스님이 된 분?승려님 중 한 분이, 영어로 비구니나 여성 종교자를 뜻하는 ”Nun” 대신에 “Nae”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태국 언어인지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이 절에 있는 분들은 대부분은 아직 비구니가 아닌 “내”, 즉 novice 초심자들이시지만 각각 어떻기 불리고 싶어하시는지도 다르고 어떤 분들은 닉네임, 자기 진짜 이름, 혹은 다마 이름 (승려가 된 후 받은 Dharma 이름)들이 다르고 이름들을 다 외우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기에 … 모두 “승려님“이라고 여기서는 부르는 게 나에게는 가장 알맞을 것 같다.
두번째로, 바닥을 닦고 계시던 승려님께 질문을 했는데 찬팅을 하는 중이라고 손을 흔들며 말씀을 하셔서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알고보니 그 승려님은 21일간 “속으로”, 내부에서 찬팅을 하는 명상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바깥의 소음으로 속의 흐름을 내가 망가뜨렸던 것이었다. 이를 알게된 후, 다른 승려님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내시기 전까지는 말을 함부로 걸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24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얼마나 나의 몸과 마음이 절 생활을 필요로 하고 있었는지다. 아침에 앉아서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대화를 하며… 물론, 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 내가 얼마나 “어디서 왔냐/호주에서는 무얼 하냐/팀과 얼마나 만났냐/이후 계획는 뭐냐” 등의 예측가능한 짧은 만남을 위한 대화에 지쳐있었는지를 알게되었다.
비파사나 명상을 하는 절에 있는 만큼, 내가 침묵을 택해도 당연히 괜찮다는 점이 내게는 평화로 다가왔고, 이후 오후에 팀과 다른 자원봉사자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책에 그리고 나에 집중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침 루틴이 끝난 후, 팀은 자기 방은 내 방만큼 깨끗하지는 않다며 청소할 세정제를 가지고 청소를 하러 갔고 - 나 역시 방을 정리하고, 양말 손빨래를 하고 읽고있던 책을 읽고 노트에 글을 쓰며 약 12시까지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인 오늘 우리가 해야할 남은 일은 12시 반에 배우고자하는 승려님들께 영어를 가르치는 일! 예전에 했던 워크북으로 오늘은 두 승려님들께 자연, 곤충에 대한 단어를 가르치며 한 시간을 보내고 그 도중 내가 지내는 숙소의 파이프를 다른 승려님이 고쳐주시기도 했다. 속세와 떨어져 지내는 승려님들이시기 때문에 심각한 일이 아니면 내부에서 해결하시는 만큼 - 오렌지색 승려복을 입으신 채로 톱을 들고 파이프를 고치시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서, 승려님들은 2시 반부터 루앙 매와의 공부 시간이 있어 시간에 맞추어 나는 3시경 이른 저녁 먹었다. 나로서는 아주 빠른 시간이긴 하지만, 불교에 귀의하시면 아침만 먹으시거나 정오 이전에만 드시기 때문에 너무 늦은 저녁에 먹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조용한 시간대에 절 1층에서 혼자 천천히 먹는 것이 나름 운치있었다.
이른 저녁을 먹은 후 6시 반까지 약 세시간이 넘는 다시 맞는 나와의 시간. 책을 읽고 뭉친 몸을 조금 스트레칭 하다보니 어느덧 6시가 다 되어가는데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 우산을 써도 순식간에 젖은 온 몸으로 조금 이르게 도착한 법당에서 오늘의 저녁 명상 및 찬팅은 취소되었다는 것을 들었다 - 진흙길에 어두워지는 밤이라, 앞이 보이지 않으니 안전을 위해 당연한 루앙 매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이까지 온 것, 매일의 끝에 자원봉사자가 해야한다고 들은 수저와 식기들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두러 갔는데 부엌 근처에서 지내는 팀이 마침 비오는 걸 보러 나와있어, 같이 수저를 돌려두고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팀과 오후에 같이 도서관같은 곳에서 영어로 된 불교 관련 책을 한 권씩 들고 테이블에서 마주보고 앉아 읽는데, 커플로서 서로에 대해 더 배우고 우리의 사랑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책을 평화속에 읽고 싶지만, 불빛을 따라 들어오는 엄청난 벌레들 덕택에… 오늘 저녁이 어떻게 지나갈 지 모르겠는 이튿날의 밤. 내일 하루도 평화롭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