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태국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7일째, 2025년 5월 22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22. 22:27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6일째, 2025년 5월 21일

오늘은 알러지와 싸우며 마음을 정돈하는 하루를 보냈다. 사실 원래도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음을 미묘하게나 알고있었다. 팀 엄마네에 놀러가면 눈과 코가 간지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제처럼 고양이 털이 많은 바닥에 얼굴을 10분간 대고 있다던가, 그 눈을 고양이를 만진 손으로 비빈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 고양이 알러지가 얼마나 심한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 뿐이다.

어느날과 같이 아침 4시반 기상을 했지만, 항히스타민제로 축 처진 내 몸과 (잠이 오는 부작용이 없는 로라타딘을 먹었지만 여전히 몸이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전히 뜨기 힘든 양쪽 눈이 달랐다. 명상을 위해 도착한 법당. 오늘은 원래 학생들에게 오후에 영어 레슨을 하는 날이었는데 눈이 이 상태면 갈 수 없을 거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여쭤봤는데 오늘 영어 레슨은 취소된 것 같다고 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

눈을 뜨고있는 게 무겁고 힘들어서일까? 오히려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의 시간동안 평화롭게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제 밤에 비해 훨씬 평화롭게 명상할 수 있고, 목이 부어오는 느낌까지 드는 알러지 반응이었음에도 제 시간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 그를 막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명상이 끝난 후, 오늘 나의 아침활동은 청소. 어느때처럼 쓸고 닦았는데, 오늘은 우리의 그룹활동을 도와주는 낸 핏차 역시 아침활동으로 청소를 하셨는데 - 역시나 얼마나 손이 빠르신지 따라가느라 힘들었다. ㅎㅎㅎ 보기에도 내 눈이 퉁퉁 부어있었을텐데 내가 먼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아예 안하시고 그저 오늘 괜찮냐?하며 나의 안부를 여쭈어주시는 게 정말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나중에 내가 알러지 반응이 있다는 걸 듣고나서 다른 알러지 있는 승려님이 약도 나눠주시고 ㅎㅎㅎ 다들 어찌보면 지나가는 사람인 내게 따뜻한 말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아침시간이 지나간 후, 절의 일을 도와주는 태국 자원봉사자가 오늘 영어 레슨은 취소되었다고 알려주고 그 대신 아마도 다음주에 목요일 & 금요일 이틀 가게될 거란 걸 알려주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항히스타민제를 먹었고, 사라 역시 손에 바를 약용 크림이 필요해서 루앙 매에게 자동차 사용을 허락받고 나, 팀, 사라, 태국의 자원봉사자는 아침활동 이후 시내로 잠시 향했다.

새벽 5시에 공양을 받으러 올때와는 정 반대로 바쁜 시내…! 이미 야채와 고기를 파는 전통시장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알러지용 안약과 항히스타민제 3팩을 포함해서 약 4천원! 사라와 함께 살면서 사본 약 중 가장 싸다고 감탄했다. 세븐일레븐에 들려, 화장지와 모기기피제 등 필요한 것을 사고 너무 늦지않게 다시 절로 도착했다. 하루종일 뭔가 많은 일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겨우 아침 10시 반 ㅎㅎㅎ 새벽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이 곳에서의 하루는 천천히 간다. 지쳐있던 몸을 바로 뉘이고 싶었지만 간단히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누워서 낮잠을 청했다.


어제 승려님과 함께 이 웹사이트에서 경전(Sutta)의 한 부분을 같이 읽었다. 아직 정말 부족한 나의 불교 관련 지식이라, 오기 전 공부를 조금 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https://suttacentral.net/mn75/en/sujato?lang=en&layout=plain&reference=none&notes=asterisk&highlight=false&script=latin

어제 배운 것을 정리하자면,

  • The Buddha와 Buddha는 다르다. 세상에는 여러 부처가 존재하지만 The Buddha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을 오직 의미하고, 다른 부처님들(열반에 이르신)은 몇 번의 환생 끝에 부처가 되신다.
  • 부처님이 말씀하신 “생겨남, 사라짐, 즐거움, 위험, 벗어남” 이 다섯 가지는 어떤 현상이나 감각적인 대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걸 통해 우리가 세상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섯 가지 분석은 아래와 같다.
    1. 기원 (Ādi, 아디) – 그게 어떻게 생겨나는지
    2. 소멸 (Vayā, 와야) – 어떻게 사라지는지
    3. 맛 / 즐거움 (Assāda, 아싸다) – 그 안에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4. 위험 (Ādīnava, 아디나와) – 그 즐거움 뒤에 어떤 고통이나 위험이 있는지
    5. 벗어남 / 해탈 (Nissaraṇa, 닛사라나) – 거기서 벗어나는 길이 뭔지
    부처님은 이걸 통해 우리가 세상에서 자꾸 집착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어떻게 하면 진짜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신다.
  • 경전에서 볼 수 없는 사람(Blind person)은 오직 육체적인 것만이 아닌, 깊게 믿음을 알아보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 경전에서의 좋은 친구란(Good friends) 친구들뿐이 아닌 좋은 선생, 가족 등 주위의 사람들을 말한다. 승려님은 현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팔로우하며 매일 접하는 뉴스들이나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 모든 것이 이에 소관다고 말해주셔서 이해가 잘 갔다.

이러한 가르침을 제외하고도, 불교에서 말하는 “건강”이 육체적 건강이 아닌 정신적인 수양을 뜻하는 등 수타를 홀로 읽었다면 알지 못했을 표현들의 깊음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표현의 뜻들을 알고, 오늘 밤 다시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오늘 우연히 페이스북을 둘러보다가 (핑계는… 책을 읽기에는 눈이 너무 아팠다는 거?) 우연히 발견한 한 포스트에 대한 답글이 있다. 이는 엘카미노 순례길을 다녀와, 순례길에서 느낀 점들과 너무나 다른 현대의 직장에서 고충을 느끼는 사람에게 주어진 조언인데 비록 나와 팀은 순례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먼훗날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은 아름다운 댓글이라, 조금 다듬어 써본다.

Don't become addicted to the Camino. Become addicted to the lessons it taught you. Find a way to live in service with the world, live simply, be hospitable to strangers, share your provisions, eat with new friends, care for your body, notice things, sleep more. On the Camino, you had to accept so much you had no control over, and deal with the problems that you encountered. Do that every day - where you are with what you have. You never "finish" a Camino. You merely change the mode and means of travel through life. The Camino can show you what is important in life. The real work begins when you get home. Go on small pilgrimages, closer to home. I call that 'spiritual hygiene', like taking a bath once a year (whether you need it or not) but don't start seeing pilgrimage as somehow 'better' than the rest of your life. Allow it to transform you so the rest of your life is full of it every day.

(번역)
카미노에 중독되지 마. 대신 그 길이 너한테 가르쳐준 것들에 빠져봐. 세상을 위해 사는 법, 단순하게 사는 법,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법, 가진 걸 나누는 법,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몸을 돌보고, 작은 것들을 알아차리고, 더 자주 쉬는 법. 그런 삶을. 카미노에선 네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그때그때 해결해야 했잖아. 그걸 매일 해봐. 지금 있는 곳에서, 네가 가진 걸로. 카미노는 끝나는 여정이 아니야. 그냥 삶을 걸어가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야. 뭐가 중요한지 보여주는 길이지. 진짜 중요한 건, 집에 돌아와서부터 시작이야. 집 근처에서 짧은 순례를 떠나봐. 난 그걸 ‘영적인 위생’이라고 불러. 꼭 필요하진 않아도 가끔 목욕하듯이 말이야. 근데 순례가 일상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진 마. 순례를 통해 네가 바뀌고, 그 변화가 네 삶 전체에 스며들게 해. 매일 그렇게 살아.


생각보다 아무런 스케줄이 없어도, 오후의 시간은 꽤나 빨리 간다. 마지막 부분이 가장 천천히 읽어지는 소설 “헬프”를 읽고, 사라와 팀이 끝내 이제 내가 이어받은 불교의 기초를 설명해주는 책을 공용공간에서 읽고 이른 저녁과 팥빵, 계란 노른자?가 올려진 카스테라, 크림빵, 잭프룻, 쿠키 등의 디저트를 먹고… (이렇게 쓰니 엄청난 간식을 먹는 것 같다. 줄여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방을 정리하고 수건을 빨고 내 정신건강을 위해 스쿼트를 100개 하고나면, 어느덧 6시 - 이제 저녁 찬팅 및 명상을 가기 전 쓰레기를 비우고, 새로운 쓰레기봉지를 넣고 나면 찬팅 및 명상을 하러 법당에 갈 시간일 것이다. 나와 친구가 되어서 보내는 이 시간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 내가 내 스스로와 지내는 시간이 버거웠던 시절에는, 아무리 휴대폰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청소를 해도 한 시간이 느리게만 흘러갔는데. 신기한 일이다.

언제나처럼 시간보다 일찍 저녁 찬팅과 명상을 위해 법당으로 향했다. 이제는 점점 찬팅과 익숙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생겨 그 부분을 리듬있게 읽기도 한다. 또 고양이가 내곁에 다가왔고 너무 귀여워서 만지고 싶었지만 아직도 팅팅 부어있는 내 눈을 생각하며 참았다.

오늘 저녁의 30분간은 명상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 오늘은 내가 어떻게 호주로 오게 되었고, 정착했는지를, 지금까지의 과정을 생각하고 어떻게 매일 글을 쓰는 이 사소한 행위가 나를 도와주고있는지를 생각하며, 다행히 다른 알러지 반응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한 승려님께서 오늘 저녁 비가 아-주 많이 올 수도 있으니 대비하라 말씀하셨는데 따로 대비할? ㅎㅎㅎ 것이 없어서 옷가지를 조금 안쪽으로 옮겨두고 빗소리를 즐기고 있다.

오늘 하루도 마음도 몸도 안전하게 지나감에 감사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