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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8일째, 2025년 5월 23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23. 23:10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8일째, 2025년 5월 23일

절에서 보내는 일주일이 너무나 빠르게도 지나갔다. 어제 밤, 승려님께서 주신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아주 깊게 숙면한 뒤 알람과 함께 새벽 4시 반 잠에서 깨어 법당으로 아침 명상을 위해 향했다. 오늘의 일정은 아침활동 - 걷기명상 - 그리고 그룹활동 !

언제나처럼 미리 도착해 법당을 아침 명상을 위해 준비하고 명상중인 인도네시아에서 온 승려님. 승려님의 스승님은 인도네시아에서 이 절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방문하신 뒤, 2023년에 승려님을 데리고 다시 한 번 방문하셨다고 한다. 승려님의 스승님은 약 3개월이 지나고 이 절을 떠나 다시 인도네시아로 떠나고 승려님은 2023년부터 지금까지 약 2년간 이 절에서 수행을 해오셨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Mahayana Buddhism을 수행한다는 인도네시아. 그 곳에서 Theravada Buddhism수행을 하는 이 절로 오신 것이며 그 차이에 대해 우리에게도 간단히 알려주셨다. 승려님은 태국어를 하지 못하시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데에 대한 열망도 강하셔서 처음 승려님을 뵜을 때, 영어로 실수를 하면 알려주고 많이 가르쳐달라는 따뜻한 부탁을 하신 분이다.

승려님과 대화를 하고 스스로 책에서 조금 배운 것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그 뿌리는 같지만 차이점이 꽤나 있다. 테라와다 불교를 믿는 이 절에서도, 한국의 절과 아주 다르다고 매일 느낀다. 감히 초행자로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 나는 개인적으로 명상에 포커스를 맞추는 수행방식이 맞는 것 같다. 스스로를 더 깊게 들여볼 수 있어서…

1. 테라와다 불교 (남방불교)

  • 주요 지역: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 경전: 팔리어로 된 팔리 경전(티피타카) 사용
  • 이상적인 수행자: 아라한(해탈한 자)을 이상으로 삼음
  • 수행 방식: 개인의 수행과 명상, 계율 준수가 중심
  • 출가 중심: 승려의 역할이 매우 크며, 출가가 중요한 이상적인 길로 여겨짐
  • 보살 사상 없음: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열반에 드는 것을 추구함


2. 대승 불교 (북방불교)

  • 주요 지역: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등
  • 경전: 한문이나 산스크리트어로 된 다양한 경전 사용 (법화경, 화엄경 등)
  • 이상적인 수행자: 보살(자신뿐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바라는 자)을 이상으로 삼음
  • 수행 방식: 개인 수행뿐 아니라 타인을 돕는 실천 강조
  • 재가자도 중요: 승려뿐 아니라 일반인(재가자)도 수행의 주체가 될 수 있음
  • 자비 강조: 지혜뿐 아니라 자비심을 크게 강조함

솔직하게 조금은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오늘의 아침 명상을 보냈다. 약효가 너무 좋았던 걸까? ㅎㅎㅎ 그래도 졸지않던 순간들은 모두 그 순간에 집중하며,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명상이 끝나고, 오늘 아침의 일과인 공양을 하러나섰다. 첫 공양을 하러 가는 곳은 약국인데 그 약국에서 돌아서면 가끔 - 엄청난 양의 과일을 주시는 분이 계시다. 팀은 이 때 보통 미니밴을 몰고 시장 근처로 가고있기 때문에, 이 분이 주시는 엄청난 양의 과일을 가방에 가득 넣고 뒤뚱거리며 걸어가다보면 잠이 깨는데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 승려님들을 위해 과일을 사고 길거리에서 기다리시는 그 분들의 헌신스럽고 베푸는 그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은 과일잔치로 언제나처럼 엄청난 양의 망고와 파파야, 망고스틴 등 여러 열대과일을 많이 공양받았고 오늘 첫! 파파야를 시식해봤는데 역시… 열대과일은 망고가 내 입맛에는 최고다. ㅎㅎㅎ

다시 절로 돌아와 음식을 풀고 정리한 뒤, 과일을 자르고 아침 커피를 마시며 승려님들이 아침을 드시기를 기다렸다가 저녁도시락을 쌌다. 오늘은 계란찜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계란요리가 있어 이를 저녁에 먹었는데, 뭔가 우리나라 계란찜에 비해 푸딩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에이프릴 승려님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엄청난 양의 건망고 스낵을 받았는데 팀과 맛있어서 저녁을 먹고 거의 한 박스를 다 먹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려 냉장고를 열어보니 승려님들이 11시에 점심을 드시며(승려님들은 아침, 그리고 점심을 11시에 드시는 것으로 하루 식사가 끝!) 만드신 망고스무디 3잔이 우리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남겨져있었다. 승려님들과 지내며 느끼는데 승려님들은 정말… 귀여우시다.


방으로 돌아가 걷기명상이 10시라고 생각하고 넋을 놓고 (좋은 말로는 명상) 있었는데 9시 반에 명상을 시작하는 종이 울렸다! 조금 늦게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 명상을 시작하고 명상을 하며 그저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꼈다.

걷기명상을 한 후 쨍쨍한 해를 느끼며 그룹활동을 위해 낸 핏차와 인도네시아 승려님, 그리고 팀과 사라를 만났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삽으로 땅을 파고, 식물들을 옮겨 심고, 이미 심어진 식물들 중 많이 길어진 부분에 지지대를 심는 것. 아주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이걸 어떻게 다하지?싶었지만, 다같이 하니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결과물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히려 육체적인 일을 할 때는 잡생각이 들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훨씬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룹활동이 끝난 후, 해에 베개커버와 침구를 말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을 손빨래하고 나는 대충 허리에 두르는 사롱을 침대에 올려두고 뻗어서 약 두시간 잠들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뭔가 낮잠에 알수없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제는 오는대로 -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일어나니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마른 빨래를 걷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서 우연히 팀과 사라를 만나 사라는 비파사나 명상을 아마도 내일부터 시작할 것 같고, 나와 팀 역시 우리가 원한다면 이를 이어 시작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파사나 명상은 고대 인도 불교에서 유래한 명상법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을 가진다.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하면서 고통, 무상함, 자아의 부재를 통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고엔카식 비파사나는 10일 동안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은 완전한 침묵 상태를 유지한다. 단순히 말을 안 하는 수준이 아니라, 눈빛, 몸짓, 글쓰기, 핸드폰 사용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중단하는 ‘노블 사일런스’를 실천한다. 이는 외부 자극 없이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집중력을 높이고 통찰을 얻기 위한 방법이다. 그래서 비파사나는 침묵명상의 한 형태이지만, 단순히 조용히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의식적으로 호흡, 신체 감각, 마음의 반응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판단 없이 바라보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통찰을 얻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는 3일 혹은 5일을 루앙 매의 개인적 지도 하에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데, 팀과 나 역시 기회와 시간이 된다면 둘 다 해보고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팀과 사라와 함께 “카르마“라는 주제를 가지고 모두가 아직은 조금 그 주제에 대해 확실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인지하고 다음 다마 토크에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자고도 했다. 사라는 우리보다 3일 먼저왔지만, 우리 모두 같은 수행을 하고 있어 그런지 대화를 하며 서로가 비슷하게 느끼는 점들과 다르게 느끼는 점들을 알아가는 대화를 하고난 후 각자의 방으로 다시 향했다.


방에서 불교의 입문에 좋다고 하는 책을 읽는데, 150페이지가 넘게 읽었지만 아직도 너무너무 부족한 것 같아 내일부터 다시 읽고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그래도 일단 다 읽고,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가다듬고 나서 오늘 소설도 읽고싶고… 블로그도 쓰고싶고… 일기도 쓰고싶고… 라는 생각이 들며, 이 일주일의 기간 동안 내가 내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를 느꼈다! 절에 오기 이전이라면 영화, 유튜브, 뉴스, 인스타그램으로 하루를 보냈을텐데 블로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휴대폰도 거의 보지않고 - 절이 얼마나 내게 “읽고 쓰는” 재미와 “나와 보내는 시간”의 재미를 불어넣어주는지 신기했다. 시간이 참 빨리간다.

팀이 내 태국번호로 전화해, 조금 일찍 파고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싶다고 해 파고다에서 일찍 만났다. 팀은 불교 입문에 대한 책을 다 읽은 이후, 같은 저자가 쓴 ”불교와 사랑“에 대한 글을 읽으며 느낀 점을 내게 공유했다. 그리고 승려님들이 한 분씩 오시며 우리는 법당을 준비하는 걸 도왔고 저녁 찬팅 및 명상을 시작했다.

오늘 명상에서는 정말 마음이 평화롭고, 내 주위의 모든 것, 그 상황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음 역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그 상황에 바뀐 것은 없다. 내 마음가짐만 달라졌을 뿐…!

명상이 끝나고, 한 승려님이 나와 팀을 잠시 멈춰세우고 지난 일주일동안 우리의 절 생활이 어땠는지에 관해 여쭈어보셨다. 팀과 나는 느낀 점을 (얼마나 우리가 이 기회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개인적으로서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우리가 이에 대해 저녁 찬팅 및 명상 전에 이야기했다는 것도 알려드렸다. 승려님은, 그 무엇보다 자신은 불교는 첫째로는 가르침, 둘째로는 철학 그리고 셋째로 종교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에서 느끼는 점이 있다는 것에 자신도 감사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자신은 명상이던 어떤 일이던 씨앗을 잘 심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절에서 우리가 씨앗을 잘 심고 가꾸어, 절을 떠나서도 명상으로 mindfulness를 찾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사라는 내일부터 비파사나 명상을 5일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라가 청소를 5일간 아침에 하고, 내가 공양을 하고 내가 비파사나를 할 때에는 바꾸기로 결정했다.

여전한 알러지로 인한 눈 가려움 + 부어오름과 오른쪽 등에 생긴 알러지로 조금 힘들지만 내 마음적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특히 하루의 끝을 승려님과 아름다운 대화로 마무리 한 오늘… 다음 주도 행복하게 감사하며 순간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