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배낭여행] 캄보디아의 소도시, 바탐방Battambang에서의 롤러코스터와 같던 짧은 여행.
[캄보디아 배낭여행]
캄보디아의 소도시, 바탐방Battambang에서의 롤러코스터와 같던 짧은 여행.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나와 팀은 캄보디아의 워크어웨이 옵션들을 살폈다. 캄보디아에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워크어웨이가 대부분이었고 보통 하루당 미국달러로 5-10달러 등을 내며 숙식을 제공받는 형태였다. 나와 팀은 각각 나는 호주에서 한국학생들에게 영어를, 팀은 호주에서 호주학생들에게 댄스를 가르친 적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본 적은 둘다 없었다.
나와 팀 둘다 짧은 시간동안 선생님이 많이 바뀌면 학생들의 공부 및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최소기간을 필요로 하는 학교, 그리고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있어 학생들의 학습이 지속될 수 있게하는, 비영리단체를 찾았다. 많은 옵션들 중에서 여행객들의 돈도 받고, 학생들의 돈도 받고, 공짜로 선생을 구하는 사립학교가 아닌 비영리단체에서 운영되는 곳으로 추리고, 그 중에서도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운영되었고 좋은 리뷰가 있는 곳으로 추리다보니 그 많은 옵션들 중 두 군데만이 남았다. 그 두 군데를 연락한 후, 먼저 연락온 바탐방의 비영리단체로 2주간 워크어웨이를 하기로 나와 팀은 2월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어떤 곳이 우리를 기다리고있을지 몰랐지만 알 수 없는 들뜬 마음과 기대가 우리를 감쌌다.

시엠립에서의 시간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예약해둔 시엠립에서 바탐방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많은 버스 옵션 중 리뷰가 가장 좋던 VET 버스를 예약했고 제시간에 출발을 하기는 했는데…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우리 앞쪽에 탄 외국인이 자꾸만 밖을 흘끔거리더니, 버스에서 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엔진이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건지 타이어에서 나는 탄 냄새에도 멈추지 않고 우리는 시속 5-10키로로 갓길에서 정비공을 찾아 달렸다. ㅎㅎㅎ
여러 정비소에서 안된다는 손짓을 받은 버스 드라이버분은 마침내 한 정비소를 찾았고, 그 곳에서 약 한시간동안 정비공분이 차의 열을 식히고, 타이어를 고치고나서 우리는 다시 바탐방으로 출발했다.

바탐방에 도착한 후, 학교의 교장과도 같은 “캄낫”이라는 분이 툭툭으로 우리를 데리러와주셨고 나와 팀을 제외하고도 다른 독일인 한 명도 우리와 함께했다. 그 독일인은 우연히 만난 다른 배낭여행자가 이 워크어웨이를 추천해주었고, 어제 캄낫에게 몇 일만 머물러도 된냐고 연락했는데 캄낫이 오케이라고 했다고 자신은 약 3-4일을 머물며 영어를 가르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가 워크어웨이 프로필에서 읽은 것과는 달라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선생님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거라 생각하며 우리는 바탐방 시내에서 툭툭으로 약 20분 떨어진 캄낫의 학교에 도착했다.

캄낫의 학교의 첫인상은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내게 될 방의 상태는…
방의 크기는 컸지만, 방 안에 화장실 및 샤워가 있는 구조였고 환풍기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오기 전 썼던 사람이 청소를 제대로하지 않았는지 방은 그 사람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으로 가득했지만 나와 팀은 일단 이 곳에 적응한 뒤, 청소를 제대로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방에 짐을 둔 뒤 공용공간과 공용부엌을 살펴보았는데 이 공용공간에는 지난 10년간 쌓인 학생들을 가르치기위한 책, 자료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먼지에 쌓여있었고 공용부엌에서는 차나 커피 한 잔 마시면 안될 것 같았다. 중저가예산의 여행을 하며 나와 팀은 숙소 특히 워크어웨이에서 주어지는 숙소에는 정말 웬만하면 받아들이고, 우리가 도착 이후 청소해서 편안하게 우리의 집으로 만들자는 마음다짐이었는데 - 이 공용공간와 공용부엌을 본 우리는, 공용부엌은 사용하지말자고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기 전,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도착했고 나와 팀을 포함 총 6명의 선생들이 7-8개의 클래스를 나누어 가르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루에 1-2개 정도의 클래스를 가르치면 됬는데 안타깝게도 워크어웨이의 프로필과는 달리, 정해진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 없이 선생들이 아침에 되는대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준비해 오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스템이었다… 또한, 2주간의 미니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와 팀을 제외하고는 최대 일주일 정도를 지내는 자원봉사자들이었고 내일 한 자원봉사자의 친구인 다른 2-3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바와는 많이 달랐지만 일단 하루가 지나봐야안다는 생각을 한 나와 팀은, 캄낫의 아내분이 해주신 3분 누들을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저녁으로 먹고 잠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오버”라고 적혀진 노트를 보는데 제대로된 핸드오버는 없었고, 나와 팀은 학생들의 영어수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레슨을 준비해야할지 막막함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일단 레슨을 무조건 같이하자고 결정하고, 최대한 핸드오버와 그 곳에 있는 자료들을 참고해 레슨준비에 아침을 쏟은 나와 팀. 방에서 나와 팀은 둘 다 워크어웨이 프로필과 달리 거의 커리큘럼이 없는 학교와, 짧게 머무는 다른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2주를 보내고싶은 곳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학생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결정할 수는 없는 법 - 일단 오늘을 지내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두 레슨을 어떻게 우리는 정신없이 끝냈다. 그러나 학생들의 영어 수준은 우리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캄보디아 선생님이 있는 클래스의 경우는 괜찮았지만 그렇지않은 클래스의 경우는 학생들이 컨트롤 되지도 않았고, 학생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배웠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캄낫은 우리에게 캄보디아 선생님들에게는 봉급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워크어웨이 자원봉사자가 많아져 캄보디아 선생님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게 가장 좋다고 말했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기초적인 영어수준과 워크어웨이 자원봉사자들이 영어를 가르치는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캄보디아 선생님의 존재가 필수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구름과 같이 멍한 정신으로 저녁을 먹으러 테이블에 도착했는데, 나와 팀은 채식주의자라고 이야기를 했었지만 테이크어웨이로 사온 듯 한 고기국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캄낫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토바이를 빌려 나와 팀은 근처 아무데나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캄낫의 학교에 워크어웨이 자원봉사자들은 일인당 하루 미국달러로 10달러를 지불하는데, 캄보디아의 물가를 생각했을 때 이는 전혀 적은 돈이 아니다. 숙소의 컨디션과 아주 기초적인 음식을 제공받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프린터도 고장나있었고 펜이나 종이가 떨어지면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모아 사야한다는 것, 교육을 위한 자료 역시 자원봉사자가 원하면 사야한다. 또한, 워크어웨이의 프로필과는 달리 2주의 최소기간은 사실상 없는 룰과 같았고 클래스나 워크어웨이 자원봉사자의 수에 상관없이 오는 사람들 모두를 (마치 하루 10달러를 위해) 받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최소기간을 무시한다는 사실은 학생들이 거의 이틀마다 새로운 사람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사실… 아무리 비영리단체이고, 무료로 행해지는 방과후스쿨이라 하더라도 나와 팀은 이것이 학생들의 교육에 좋지 않을 거라는 우리의 믿음을 무시할 수가 없었고,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곳이지만 우리의 여행이기도 하기에 - 대화를 끝난 후, 캄낫에게 내일 아침 떠나겠노라고 말했고, 마치 우리가 처음이 아닌 듯 캄낫도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 아침, 캄낫이 우리를 다시 툭툭으로 시내로 데려다주셨고 이틀밤을 지낸 가격과 학교에 보태기 위한 소정의 금액을 캄낫에게 드리고, 카페에 들어가 지난 48시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워크어웨이를 정할 때 조금더 조심하고, 자세히 읽어보고, 호스트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우리에게는 다행으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클래스에 영향을 주지않을 거라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바탐방에서 3박을 머무르며 근처를 구경하고 다음 도시인 캄보디아의 수도 - 프놈펜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오토바이를 빌려 나와 팀은 바탐방의 “킬링필드 Killing Field”로 알려진 동굴과 바탐방에서 유명한 대나무 기차 Bamboo Train, 그리고 팀이 발견한 문이 닫힌 공항의 활주로로 데이트립을 떠났다!
이 곳들은 글보다는 사진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바탐방의 킬링필드 동굴은, 그 주변 자연경관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역사를 알고 그 동굴에서 죽어나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섬뜩한 느낌이 들었고 그 사람들의 넋을 기리고 잊지않기위해 동굴 속 그리고 그 지역에 절을 만든 캄보디아 사람들의 아프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치 우리나라 독립기념관 같은 느낌이랄까…

대나무 기차는 여러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는 팀이 검색을 해 찾아간 곳에서 기다림 없이 대나무로 만들어진 기차를 탔다. 정말 대나무로 만들어진 판 같은 것에 모터가 달려있고, 안전바 없이 빠르게 기사님의 운전으로 근처의 오래된 기차역으로 왕복운행한다! 생각보다 정말 빠르고 그 풍경을 보는게 너무 좋아, 복잡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다. 대나무 기차는 왕복운행을 하고, 기차역에 정차된 기차를 보는 것도 재미에 한 몫을 더했다. 아마도 캄보디아에서 했던 일 중 ”엄마한테 말하면 안될 일“중 1등에 드는 일이 이 (위험한) 대나무 기차가 아닐까 ㅎㅎㅎ
팀과 함께 석양을 보기위해 도착한 활주로에서는 우리 말고도 많은 로컬들이 걷거나, 뛰거나 혹은 오토바이를 빠르게 타며 광활한 (?) 활주로를 즐겼고, 평소에는 외국인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든 안전운전을 제일로 하는 우리도 과속을 해가며 오랜 시간 - 땀을 식히며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이 곳들을 제외하고도 바탐방의 다른 킬링필드와, 흔들다리 등 관광으로 유명한 곳을 우리의 시간동안 방문했다. 그러나 바탐방을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것은… 시골길들을 걷거나, 오토바이를 타며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던 것들. 정말 날것의 그대로인 캄보디아에서도 소도시인 바탐방의 아름다운 시골풍경과 늘 웃어주는 사람들은, 워크어웨이와 여행에 대한 본질로 조금은 복잡해져있던 내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차게 해주었고 짧은 바탐방에서의 여행의 끝에는 행복한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물론, 이 워크어웨이와 교육으로 많은 학생들이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것으로 믿는다. 다만 나와 팀의 가치관에는 맞지않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공부와 수련이 필요할 뿐.
정신없이 지나갔던 바탐방의 날들이었지만 - 아직도 잊지못할 그 시골길의 드라이브와 아름다운 석양으로 바탐방은 내게 추억된다. 바탐방에서의 시간도 끝이 나고, 우리에게 무엇이 기다리고있을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프놈펜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