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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6일째, 2025년 5월 21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21. 23:29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6일째, 2025년 5월 21일


현재 시각은 오후 12시 54분, 절에 온 지 거의 처음으로 지쳐서 방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에 걸쳐져있다. ㅎㅎㅎ

월요일처럼 “아침활동 - 걷기명상 - 그룹활동 / 쉬는 시간 / 루앙 매와의 다마 토크 + (오늘의 경우) 다른 승려님과의 토크 / 쉬는 시간 / 저녁 찬팅 및 명상”으로 이루어진 바쁜 수요일! 바쁠거란 걸 알고있어서 어제 일찍 잠에 들려고 했지만, 밤 9시부터 천둥번개가 쳐대는 바람에 잠을 설쳐 아침 4시반에 겨우 몸을 일으켜 아침 명상을 하기위해 법당으로 향했다.

지금까지는 밤에 벌레가 많았지만 방에 모기는 많이 있엇는데, 어제 낮에 물린 자국들인지 어제 밤 모기가 방에 출몰했는지 - 내 발과 발목은 모기에게 습격을 당했다. 게다가 이틀 전 그룹활동을 하며 나뭇잎에 베인 온 몸, 코끼리 보호소에서의 자원봉사때부터 (모기 물린 자국 때문에) 깔끔할 날이 없었던 발과 발목이 나를 계속 (엄청난 간지러움으로) 괴롭혔다. 아침 5시, 명상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약 35-40분간의 명상시간 동안 제대로 집중을 해 mindfulness를 실천할 수 있었던 건 절반 정도밖에 되지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 라는 마음가짐으로 순간에 집중을 한 아침 명상이 끝났다.

내게는 저녁 명상보다 아침 명상이 훨씬 집중하기 힘든 것 같다. 원체가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도 하고, 저녁 명상은 명상 전 찬팅으로 인해 마음을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렇지만 하루를 잘 시작해야, 그 하루를 더 잘 보낼 수 있는 거니까 내일부터는 조금 더 집중해서 아침 명상을 해야겠다.


오늘 나의 아침활동은 팀과 승려님들과 함께 공양음식을 받으러 가는 것. 이제는 나름 익숙해져서 그런지, 승려님들을 따라다니며 공양음식을 받고 늘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절이 있는 반 라이 Ban Rai지역은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관광으로 알려져있지도 않아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웃으며 승려님들께 공양하는 사람들의 따뜻하고 승려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공양을 받으러 가는 일은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물론, 다른 승려님들과 함께 청소를 하는 것도 내 마음을 청소하는 것과 같아 좋고 둘 다 딱히 어떤 호불호를 가릴 것 없이 내게는 좋은 활동인 것 같다. 돌아와서 어느날과 같이 청소를 마친 사라, 그리고 팀과 함께 공양음식을 정리하고 엄청난 양의 망고를 잘랐다. ㅎㅎㅎ 오늘은 바나나와 코코넛이 들어갔지만 (승려님께 여쭈어보고서야 바나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과 냄새가 나는 떡과 비슷한 식감의 디저트가 있어서 나중에 먹으려고 도시락에도 넣었다.

공양받은 음식들과 먹는 것, 지내는 곳에 대한 사진도 찍어보고 싶지만… 현재는 방을 나갈 때는 휴대폰을 아예 안들고다니는 중이고, 방에 있을 때만 최소한으로 휴대폰을 사용중이다보니 아직은 사진을 하나도 찍지는 않았다. 그리고 승려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게 예의와 법도에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진을 마지막 날 찍거나 혹은… 그려봐야지!


아침 활동이 끝나고 걷기 명상이 있을 때까지의 약 45분간 책을 읽고, 걷기 명상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방 밖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나를 괴롭히는 모기물린 자국들과 내 주위로 몰려드는 모기들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관계”라는 생각과 나와 팀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들과의 관계 등에서 배움을 얻으려 생각을 하며 30분의 걷기 명상을 끝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호주에 있기도 하고 나이도 이제 30 중반을 향해 가다 보니 처음 호주에 왔을 때보다 친구관계가 많이 변했는데, 한국 친구들과 호주에 왔을 때의 초반처럼 매일 연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상을 공유하고 안위를 바라는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의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꽤 생각하게 되는 일들도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내가 mindfulness를 수련해서 내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데에 가장 어려운 걸림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ㅎㅎㅎ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걷기 명상이 끝나고, 우리의 그룹활동을 주관하고 도와주는 낸 핏차 승려님이 이미 도구들을 준비하고 계셨다.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틀 전 폭우에 흘러내려간 (?) 자갈들로 다시 자갈길을 만드는 것. 원래 있던 자갈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폭우에 자갈들이 모두 연못 근처로 가버렸다. 삽으로 자갈을 퍼서 손수레로 옮기면, 우리 중 힘이 가장 센… 팀이 손수레로 다시 가야할 곳으로 자갈들을 운반하고 승려님이 그 자갈들을 평평하게 펴는 역할을 하셨다.

이렇게 말하니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자갈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1시간 반동안 땀흘리며 노동한 끝에! 다시 다함께 깨끗한 자갈길을 만들었다. 원래 나는 육체적인 노동을 정말 싫어하지만… 이 역시 수련이다, 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렇다고 쉬워지는 건 아니지만 ㅎㅎㅎ)

그룹활동을 하며 팀과 대화한 것은, 승려님들이 만든 이 절에서의 커뮤니티가 정말 아름답다는 것.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나 종을 치는 것부터 저녁에 불을 끄는 것까지 승려님들은 돌아가면서 하시고, 자신이 다른 일 담당이더라도 늘 서로를 도와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태국에서 여자 승려님들은 남자 승려님들보다 사회적으로 조금 더 힘든 상황에 있어 서포트를 덜 받는데, 여자 승려님들은 그래서인지 더욱 더 스스로 자급자족하시며 서로를 돕고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승려님들이 직접 방에 문제가 있어도 바로 고쳐주시고, 현재는 우기에 대비해서 홍수가 나지않게 하는 게 승려님들의 작은 프로젝트인 것 같은데 서로서로 도와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커뮤니티가 뭔지를 느끼게 해주신다.

아직 블로그에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 곳에 오기 전 코끼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에는, 각자가 오직 자기가 맡은 일들만 하고 서로 돕는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이 “인플루언서” 혹은 “지망생”들이 많다보니, 최대한 자유시간을 많이 가져 자기 콘텐츠들을 녹화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ㅎㅎㅎ 그런데  이 곳에서 승려님들이 서로를 도우며 지내는 걸 보니… 진짜 커뮤니티란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어떤 언어를 말하는지가 아닌 서로가 같은 방향과 믿음, 삶의 태도를 가지고있을 때 생성된다고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그룹활동을 하고, 더러워진 옷을 손빨래해 널고 잠시 쉬며 블로그를 쓰다가 2시반 다마토크를 위해 절의 공용공간으로 향했다. 팀이 오늘의 다마토크는 취소되었고, 오늘은 경전 공부만 다른 승려님과 함께 다른 건물에서 2시반에 하게 될거라는 업데이트를 알려주었다. 2시반까지 아침 설거지 이후 건조된 그릇과 수저를 제자리에 두고 경전 공부를 하러 갔다.

이 불교 경전(Sutta)공부는 전에도 말했듯 작년에 워크어웨이로 자원봉사 오셨다가 최근 귀의하신 승려님이 제안하신 걸로, 승려님과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승려님, 그리고 나와 팀, 사라가 참가했다.

봉사자들에게 행해지는 첫 경전 수업이었는데, 나는 승려님 휴대폰으로 그리고 팀은 휴대폰으로 경전을 영어로 웹사이트에서 읽고, 사라는 복사본으로 경전을 읽었다. 승려님이 직접 경전을 읽어주시며 중간중간 설명을 많이 해주셨는데 아직 모르는 점이 너무 많아 공부할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경전 수업에 대해서 … 글을 더 쓰고싶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아 내일 더 공부를 하고 수업을 이해한 이후 써야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의 가장 예상하지 못한 일.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 명상을 하기 전 간단한 절 정리를 하고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 뭔가 하고싶었다!) 팀에게 편지를 쓰고 저녁명상으로 향했다. 절에는 고양이들이 몇 마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사랑받는 제다이라는 루앙 매의 고양이는 우리 명상에도 가끔 참여한다. 찬팅을 하는데, 오늘따라 제다이가 나에게 애교를 많이 부리길래 제다이를 쓰다듬다가 명상시간 중, 집중을 하며 mindfulness를 가다듬다가 부처님께 하고싶은 말씀이 생겨 무릎을 꿇고 고개를 내렸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일어났는데 갑자기 눈이 터질듯이 아팠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눈을 비볐는데 고통은 점차 더 심해지기만 하고, 식은 땀이 났다. 모기에 물린건가? 싶은 마음이었는데, 명상을 방해하고싶지 않은 마음에 올려본 시계에서는 5분이 남아있었고, 명상이 끝나자마자 팀에게 “알러지”라는 말을 하고 방으로 가서 샤워를 하며 눈을 씻었다. 다행히도 페낭에서 아플 때 먹었던 항히스타민제가 남아있어 약을 먹고, 다시 거울을 봤는데 난생 처음으로 내 눈이 정말 팅팅 부어있는게 아닌가… 걱정된 팀이 전화를 했고 그제서야 내 목소리 역시 잠겨있고 숨쉬기도 버거운 상태라는 걸 인지했다. 전화를 하며 물마시는 게 편해지는 걸 느꼈고,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는 내가… 아마도… 고양이 알러지가 있을거란 걸 이런 방식으로 알게되었다.

알러지 발생한지 약 두시간, 아직도 내 눈은 뜨기가 힘들 정도로 부어있지만 잠긴 목과 막힌 코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부디 내일 아침 내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항히스타민제로 감겨오는 눈을 감아본다. 예측할 수 없던 오늘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