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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4일째, 2025년 5월 19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19. 22:20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4일째, 2025년 5월 19일


부처의 날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 밤,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 밤 9시반부터 불을 끄고 누웠는데 자다가 두 번 정도 깰 때마다 내가 지금까지 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게 잠들었다가, 다시 잠들고 다시 깨는 밤이었다. 깊고 묵직한 절의 종소리와는 비교되는 나의 방정대는 아이폰 알람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알람 대신 종소리로 일어나볼까, 생각도 했지만 내 스스로를 잘 알기에… ㅎ 그런 모험은 하지않기로 했다.

어느날과 같이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법당으로 들어가 앉았다. 부처의 날 다른 점은 새벽 4시반부터 5시까지는 아침 찬팅을 하고 5시부터 5시반까지 명상을 한다는 것. 어제 저녁 명상과 마찬가지로 찬팅때에는 집중이 잘 됬는데 특히 명상 마지막의 10분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홀로 책에서 이야기하는 Mindfulness(마음챙김이라고 번역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번역이 잘 되지않는 것 같다. 마음수양…?)은 뭘까, 라고 생각하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하다 아침 명상은 끝이 났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우셨던 건, 승려님들도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하셨던지… 내 앞에 앉아계신 승려님이 꾸벅꾸벅 졸고 계셨던 점. 잠에서 깨어나셔서는 편한 자세로 있지않기 위해서 승려님은 앉고 계시던 쿠션을 빼셨다. 승려님도 수련과 명상은 피곤해 ㅎㅎㅎ


현재 자원봉사자는 나, 팀 그리고 사라. 아침에 해야할 일은 첫째로 승려님들을 시내로 운전해드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돕는 일, 둘째로 차에 같이 타고 가서 받는 공양을 승려님께 넘겨받아서 가방에 넣고 들고다니는 일 / 현금공양을 관리하는 일 (승려님들은 돈을 만지지 못하기 때문이고 음식공양 역시 우리에게 바로 넘겨주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에 남아 절 1,2층을 청소하는 일이다.

우리 셋 중 수동운전을 할수있는 건 팀밖에 없어서 운전사는 팀 - 그리고 나와 사라는 아마 청소와 공양을 번갈아가며 할 것 같다. 어제 밤 승려님이 사라와 이야기해보고 결정하라하셨는데, 평일에는 더 많은 분들이 공양을 드리고 문을 연 식당이나 시장 가게가 많아서 평일을 배우고자 사라에게 명상이 끝난 후 나는 공양을 하고, 사라는 오늘 청소를 하고 내일 바꾸어도 되냐도 물어보자 사라는 흔쾌히 알겠다고 해주었다.

어제 아침과 마찬가지로 승려님들 맨 뒤에서 주황색 가방들을 들고 따라다니며 공양을 받고, 팀이 차를 주차하고 같이 걸어다닐 때에는 팀에게 꽉찬 가방을 넘겨주며 아침을 보냈다. 부처의 날에다가 평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공양을 받았고 특히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천천히 걸어와서 승려님들께 존중을 표하는 걸 보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부처의 날이라 근처의 이웃분이 오시는 날. 그래서 아침을 평소보다 약 30분 늦은 8시-8.15분 쯤 먹기 때문에 평소와 같이 공양받은 음식을 세팅하고,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이웃분이 오신 후, 이웃분과 함께 승려님들은 태국어로 명상을 하시고 승려님들의 식사가 끝난 후 자원봉사자들도 아침을 먹고, 나의 경우에는 저녁 도시락을 쌌다. 원래 과일을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여기와서 망고의 달달한 맛에 눈을 뜬 것 같다… 밥으로 도시락 하나, 그리고 망고 + 작은 케잌 그리고 샐러드로 하나 싸고 설거지를 하려 하는데 한 승려님이 오셔서 걷는 명상 Walking meditation을 10분 후 시작하자고 하셨다.


10분동안 급하게! 최대한 많이! 설거지를 하고 승려님과 팀, 사라와 함께 명상을 하는 법당 앞에서 만났다. 승려님은 걷는 명상을 해보지 않은 나와 팀에게 간단히 걷는 명상을 하며 우리 몸이 어떻게 걷는 행위를 느끼는지를 편안히 느끼라고 말씀해주셨다. 또한, 걸으면서 생기는 다른 생각들 - 행복, 슬픔, 미래에 대한 생각, 어떠한 기대, 화남 등등 - 보다, Mindfulness를 생각하며 현재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했다.

걷는 명상은 약 20미터를 반복해서 걷는 것인데, 걷다가 승려님께 그러면 미래, 과거말고 현재의 상황에 집중을 하는 게 mindfulness인가요? 라고 여쭤보니,

승려님은 내가 mindfulness와 집중, concentration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승려님은 걷는 동작 하나하나, 생각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대신 걷는 행동을 하는 우리의 상태와 우리의 생각을 알고있는 것이 “mindful”이라고 설명해주시며 마음과 생각을 분리했을 때만 우리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mindfulness”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에 대해 팀 역시 질문했다고 하는데, 호주에서도 명상 클래스도 들어보고 명상에 대해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늘 “생각하지 않기” 혹은 “집중하기”를 강조하는 서양 명상보다, “있는 그대로 - let it be!”라고 말해주는 승려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명상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명상을 할 때 너무 이 순간에 집중하기위해 노력을 하느라, 사실은 그냥 그 자체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 자체의 나와 떠오르는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mindfulness”임을 조금이나마 배웠다.

9.30분부터 30분간 이렇게 걷는 명상에 대해 간단히 배운 후, 십분간의 휴식시간 뒤 (선크림을 급하게 발랐다. 아직 나는 속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시부터 30분간 절 전체에서 걷는 명상이 이루어졌다. 나는 내 방 앞의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약 24걸음을 반복했는데 이미 여러번 걸어온 길임에도 천천히 걸으니 형형색색의 지네도, 나무의 꽃도 관찰하며 내 생각속에서 헤엄치다보니 30분이 끝났다.


평화롭던 걷기명상이 끝난 이후 팀과 사라, 승려님과 함께 그룹워크를 하기위해 모였다. 월, 수, 금 약 1.5시간씩 하는 그룹워크는 때마다 할 일이 다르다고 하는데 오늘은 새로운 흙을 정원에 옮기는 것과 승려님들이 모아둔 잎들을 뒤쪽에 버리고, 나뭇가지를 줍는 것. 이렇게 글을 쓰니 별로 힘들지 않은 일 같은데 육체적인 일을 해본 게 꽤나 오래 되서인지 햇볕 아래에서 앉았다 일어날 때 현기증이 날 뻔 했다. ㅎㅎㅎ

팀보다도 힘이 센 승려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하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원래 나는 실내 정원 가꾸는 건 좋아하지만… 야외는 정말 싫어하는데, 힘든 일이었지만 승려님 하는 걸 보고 따라하는 오늘은 오히려 이 육체적 일이 명상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요일에는… 좀 더 쉬운 일이기를… ㅎㅎㅎ

마치고 바로 방으로 가, 진흙투성이에다가 나뭇잎들로 간지러운 몸을 찬물로 (찬물 샤워 옵션밖에 없긴 하다) 씻고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방에서 쉬다가 오후 2시반, 월요일과 수요일에 있는 다마 토크 Dhamma talk세션을 위해 절 1층으로 나섰다. 다마 토크는, 루앙 매와의 시간으로 자원봉사자들 뿐만이 아닌 다른 승려님들도 참여하시며 루앙 매가 영국에서 수련을 했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오늘 루앙 매가 우리에게 설명해주신 것은 한글로 하면 “팔정도” - The Buddhist Eight-fold path, 로 열반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켜야 할 8가지 불교의 행위(practice)를 말한다. 행위라고 번역을 했는데 불교에서 따르는 관습이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루앙 마에게 각각의 도에 대해 설명을 듣고 특히나 오늘 배운 mindfulness와 concentration이 잘 분리가 되지 않아 이에 대해 팀과 함께 여러번 여쭈어가며 나름 최대한 이해를 하려 애썼다. Mindfulness란 흐트러지더라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 힘… 그 힘에 대해 배우고 나면 다른 문제들로 마음이 흐트러지는 매일의 순간순간에도 강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다시 mindfulness를 얻게 된다. 알 듯 모를 듯한 마음으로 끝이 난 레슨 - 질문을 하고싶은 게 정말 많았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아직 나의 불교에 대한 지식은 너무나 부족하기에, 조금 더 배워서 질문을 하고자 마음먹었다.

루앙 매와의 토크 중 비가 아주 세차게 내려서, 나는 레슨이 끝난 이후 약 4시쯤 저녁을 먹고 방으로 가기로 했고 같이 있던 팀과 사라 역시 그러고싶다고 했다. 팀과 함께 밥을 데우고 마주앉아서 침묵속에서 눈으로만 대화하며 서로가 “Mindfulness…”에 대해 생각하는 걸 느끼고 있을 때, 사라가 우리에게 호주에서 했던 직업이 뭔지 물어보았다. 역시나 그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는 부끄럽게도 옆에서 책을 읽으시는 승려님도 계신데 ”수다“를 떨어버렸다.

물론, 승려님은 아무렇지 않으셨겠지만 루앙 매와의 레슨으로 배운 것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느낌이 들어, 조금 더 앉아있다가 먼저 자리를 떴다.


나중에 팀과 함께 저녁을 먹는 중 레슨을 정리하는 대신 - 대화를 하고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을 서로 토로했다. 워크어웨이를 하는 만큼, 다른 자원봉사자들과의 교류는 당연한 것인데다가 특히, 커플로 온 우리가 아닌 혼자 있는 사라는 외로울 터니 당연한 것이지만 마음 수련을 목적으로 하고 온 우리에게는 조금 아쉬운 저녁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흐트러지더라도 다시 ”mindful”로 돌아오자고 팀과 이야기를 했다.

방으로 돌아와 조금 쉬다가, 6시 반의 명상을 향해 집을 다시 나섰다. 미니밴을 청소하고있는 팀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법당으로 갔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승려님께서 우리도 찬팅에 참여할 수 있다며 찬팅 책을 나눠주시며 시작하는 페이지를 친절하게도 알려주셨다! 물론, 영어 번역도 적혀있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처음으로 참여한 찬팅. 발음이 정말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집중했고, 30분동안 쉴틈없이 찬팅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30분의 명상 동안, 천천히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명상을 하고 팀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배움이 컸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았던 4일째 - 내일부터 더 집중해서 이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더 “Mindfulness”를 알아가기위해 노력해야겠다. 3주간의 기간이지만 이를 알아가기엔 짧은 시간일 것 같은 느낌… 이 기회에 감사하며 매 순간을 느껴야지.

창문에 꽃이 붙은 줄 알았는데, 엄청난 크기의 개구리 발바닥이었다.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