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태국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 9일째, 2025년 5월 24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24. 21:59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3주간의 나와의 여행
9일째, 2025년 5월 24일
읽고있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

절에서 보내는 또다른 하루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4시반을 알리는 아름다운 종소리와 함께 깨고, 종소리 3분 뒤에 맞춰놓은 “침대에서 10분만 더…”를 막기 위한 내 시끄러운 아이폰 알람소리에 제대로 다시 일어났다. 절에서는 절의 문화를 ”존중하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명상을 위해 법당에 들어갈때나 혹은 승려님들과 함께 공양을 받으러 다닐 때에는 여/남 할 것 없이 꼭 어깨와 무릎이 가려지는 옷을 입어야 한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로 반팔 티셔츠는 거의 내 돈을 주고 사입어본 적이 없는 나는, 말레이시아 이포 벼룩시장에서 5링깃 (약 2천원) 주고 산 시즌 지난 가짜 토트넘 저지와, 예전에 물려받은 내가 좋아하는 헤비메탈 밴드인 슬레이어 Slayer 티셔츠 그리고 솜분 코끼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받은 티셔츠를 절에서 돌려입거나 혹은 앞/뒤가 다 가려진 나시 티셔츠를 입고 스카프로 어깨를 두르고 다닌다. 오늘도 대충 눈에 보이는 어깨와 무릎을 가려주는 옷을 입고, 실내에 들어갈 때는 늘 신발을 벗어야하는 절 생활에 최적화된 쪼리를 입고 아침 명상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알러지 반응 및 그에 뒤따른 어깨의 두드러기들로 인한 불편함으로 집중하지 못했던 지난 이틀간의 아침 명상과는 다르게, 오늘은 알러지 반응으로 부은 눈도 거-의 다 가라앉았고 티트리 오일을 바른 어깨도 다른 날들보가 잠잠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아침 명상을 마쳤다.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 정적인 활동을 하다보면 참 시간이 안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35-40분이라면 어찌보면 그리 짧지않은 시간의 아침 명상 시간이 “빨리간다”고 느껴지는 평화로운 아침의 명상이었다.

오늘부터는 5일간 사라가 비파사나/침묵 명상을 시작하기 때문에, 나는 팀과 승려님들과 함께 공양을 받으러 향했다. 주말에는 주말 재래시장이 문을 여는 반 라이 Ban Rai 지역이지만 또 그만큼 평일 월-금에 문을 여는 곳들이 문을 닫기도 해,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양의 공양음식을 받지만 토요일에 공양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가보지 못한 곳들을 들리는 새로움를 느꼈다.

오늘은 특히나 간식 및 디저트 공양을 많이 받았는데 조금 노란 (?) 두유에 단호박이 띄워진 것 같은 디저트를 오늘 시도했는데 마치 묽은 단호박 스프에 팜슈가를 한바가지 넣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ㅎㅎㅎ 달기는 했지만 전자레인지에 조금 데워서, 같이 오는 튀긴 빵 같은 것과 함께 먹으니 설탕이 땡기는 오늘같은 날에는 특히나 - 정말 맛있었다. 오늘도 공양을 받고, 그 공양으로 저녁을 먹는 감사한 날이었다.


토요일 우리는 아침 활동을 제외하고는 오후 12시 반에 승려님들께 영어 레슨을 하는 것 말고는 따로 활동이 정해져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승려님들 역시, 다른 활동 및 아침 준비에 참여하시는데 나, 팀, 사라까지 아침에 과일을 깎느라 좁은 부엌에 있다보니 해야할 일의 분배가 제대로 되고있지 않아서 이를 재분배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공양받은 음식을 준비해놓은 후, 승려님들은 과일을 깎으시고 팀과 나는 낸 핏차 승려님께 우리가 도울 수 일이 있는지 여쭈어보고 승려님의 지도하에 절 앞마당에 떨어진 나뭇가지와 잎을 쓸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빗자루로 자갈들 사이를 쓰는 일은 힘들지는 않지만 마음의 mindfulness가 필요한 꽤나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ㅎㅎㅎ 대부분의 빗자루질을 마친 후, (팀과 사라는)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빗자루질을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고 쓴 도구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영어 레슨 준비…!

승려님들과 대화를 할 때, 우리에게 궁금하신 점이 있어 여쭈어보실 때가 많은데 질문 앞에 필요한 “Who/what/when/where/why/how”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오늘은 팀과 함께 (사라는 비파사나 명상으로 레슨을 하지 않는다.) 이에 집중해 레슨을 해보기로 했다. 둘 다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많지않아, 12시에 만나 30분간 준비를 하고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알러지가 가라앉아서 컨디션이 좋아져서 그런지, 갑자기 내가 이 절에서 지내며 불교와 명상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에 대해 느끼며 불교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졌다. 나는 사실 외국어를 배울 때에 상당히 느리고 그에 대한 흥미도 적은 편이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를 여행 할때도 팀에 비해 단어습득이 많이 느렸다. 내게 불교는 마치 외국어처럼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불교에 대한 간단한 소개하는 책을 오늘 아침 끝낸 후, 다시 뒤돌아보며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에 대한 정리를 끝냈다. 어찌보면 불교에서 너무나 기본적인 부분들이지만 내게는 새롭고 읽을수록 어려운 부분(아직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카르마나 무아)들이 많다. 어렵지만 흥미로운 불교의 세계…!

영어로 썼기 때문에 챗지피티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ㅎㅎㅎ

(ENG) Enlightenment: Liberation from suffering and the mental toxins or defilements that are its cause.
(한글) 깨달음: 고통과 그 원인이 되는 정신적 독소 또는 번뇌로부터의 해탈.

(ENG) Dhamma: 1. the truth of things, “the way things are” 2. The Buddha’s teachings that illuminate that truth, and which detail the path leads to the direct experience of it.
(한글) 담마: 1. 사물의 진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 2. 그 진리를 밝히고,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길을 상세히 설명하는 부처님의 가르침.
Here’s the translation in your requested format:

(ENG) Four Noble Truths:
1. There is Dukkha (suffering).
2. There is a cause of Dukkha.
3. There is a cessation of Dukkha.
4. There is a path leading to the cessation of Dukkha – which is the noble eightfold path.
(한글) 사성제:
1. 고(苦)가 있다.
2. 고의 원인이 있다.
3. 고의 소멸이 있다.
4. 고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 있다 – 그것이 바로 팔정도이다.

(ENG) Triple Gem: the Buddha, the Dhamma, and the Sangha.
(한글) 삼보: 부처님, 담마(법), 승가.

(ENG) Merit: the inner purification that occurs through virtuous acts of body, speech, and mind.
(한글) 공덕: 몸, 말, 마음의 선행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면의 정화.

(ENG) Theravada’s Buddhism script: Tipitaka
1. Vinaya: the code of discipline
2. Sutta: recorded Dhamma teaching
3. Abhidhamma: a networking and systemization of the core principles presented in the Sutta Pitaka.
(한글) 테라와다 불교의 경전: 삼장(티피타카)
4. 율장(비나야): 계율의 규범
5. 경장(수타): 담마 가르침의 기록
6. 논장(아비담마): 경장에서 제시된 핵심 원리를 체계화하고 조직한 내용

(ENG) The essence of Buddhism: liberation, freedom from dukkha and its causes.
(한글) 불교의 본질: 해탈, 즉 고통과 그 원인으로부터의 자유.

(ENG) Goal of Dhamma practice: freedom from suffering and its causes / perfection of wisdom, inner freedom, and compassion.
(한글) 담마 수행의 목표: 고통과 그 원인으로부터의 자유 / 지혜의 완성, 내면의 자유, 자비의 실현.
Here is the translation in your requested format:

(ENG) Five Precepts:
1. Taking life
2. Stealing & cheating
3. Sexual misconduct
4. Lying
5. Alcohol and all substance drugs
(한글) 오계:
1. 생명을 해치지 않는다 (살생 금지)
2. 도둑질과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도둑질 금지)
3. 그릇된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사음 금지)
4.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허언 금지)
5. 술과 모든 중독성 물질을 삼간다 (음주 및 약물 금지)


그리고 잠시의 파워낮잠을 잔 후, 팀과 12시에 만나 레슨을 준비했다. 오늘 레슨은 4명의 승려님들이 참가하시고 단어 위주의 레슨 대신 승려님들이 직접 대화를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대화 위주로 준비했다.

우선 5W1H의 뜻에 대해 설명한 후, 영어에 가장 능통한 승려님부터 5W1H로 각각 한 문장씩 우리에게 궁금하신 점을 질문해보시는 액티비티를 하고 중간중간 나오는 동사나 시제에 대한 다른 질문들도 팀과 함께 손짓 발짓을 써가며 최대한 설명해드렸다. 레슨에 정말 열심히 참여해주시는 승려님들과 끝나고 나서 우리에게 감사해하셔서 우리가 더욱 감사했던 한 시간의 짧은 레슨!

레슨이 끝나고, 팀과 함께 불교관련 책을 마주보고 앉아 읽고 이른 저녁을 먹고 이 워크어웨이가 끝나면 어디로 갈까?하며 도착지가 없는 대화를 하다가 방으로 와서 쉬며 (눈 붓기를 위해) 붓기에 좋다는 얼굴 마사지 및 혈자리를 눌렀다. 이제 오늘부터는 그래도 항히스타민제를 한 알만 먹어도 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팀과 함께 8월 태국 및 동남아의 우기에는 네팔에 가는 건 어때?라고 생각하고 네팔에서 온, 호주에서 만난 친구에게 물어보자 네팔 역시 8월이 엄청난 우기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ㅎㅎㅎ 나중에 팀과 함께 급하게 결정하지말고, 우선 방콕으로 몇 일 돌아가 방콕을 즐기고 태국의 북쪽으로 가서 여행하다가, 비가 심하면 우기가 그리 심하지 않다는 라오스로 가서 여행하자는 성인 ADHD에 INFP(나)/ENFP(팀) 같은 뜬구름 잡는 계획만 세우고 우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후 6시, 이르게 저녁 명상으로 가려하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고 법당에 도착하자 승려님이 법당 근처에 홍수가 나서 오늘은 저녁 찬팅 및 명상을 법당에서는 하지않는다고 말씀해주셨다. 방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 스스로 명상을 15분 타이머를 해놓고 했는데, 오히려 조금 더 소리내서 호흡할 수도 있고 내 방이라 그런지 빗소리와 함께 더 편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후 7시51분, 팀과의 짧은 전화통회를 끝나고 비 때문에 전기가 끊어진 암흑 속에서 블로그 몇 자를 적는다. 육체적인 고통이나 불편함이 나의 마음, 정신적인 건강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 어찌보면 큰 일이 아닌 알러지임에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역시 내 마음을 더 수행하면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질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더 배울수록 더 많아지는 것만 같다. 오늘도 감사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