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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4주간의 나와의 여행 - 10일째, 2025년 5월 25일.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25. 23:06
[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4주간의 나와의 여행
10일째, 2025년 5월 25일

오늘따라 글을 쓰기위해 자리를 잡는 게 왜이렇게나 오래 걸리는지. 절에서의 3주간의 시간이 4주간으로 연장되었다!

워크어웨이는 봉사활동마다 지내야하는 최소 기간이 포스팅에 포함되어 있고, 이 곳에서의 최소 봉사기간은 2주였는데 우리는 3주를 지내기로 했었다.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난 어제 아침, 팀과 대화를 하다가 - 거의 동시에 - 만약 가능하다면 일주일 정도를 더 지내면서 명상과 불교에 대해 더 알아보고싶다고 둘 다 생각한다는 걸 말했고, 워크어웨이 어플로 체크했을 때는 적어도 8월까지는 꽉 차있었기에 혹시나 가능한 지 루앙 매에게 여쭈어보았다. 오늘 아침, 공양을 하고 돌아온 우리에게 루앙 매는 우리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감동) 우리가 원하는 만큼 더 연장해도 된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원래 출발일자인 6월6일 대신 6월13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루앙 매에게 말씀드려 이 곳에서 총 4주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오늘도 일어날 시간임을 알리는 둔탁하지만, 아름다운 종소리와 함께 일어난 아침. 아침에 일어나는 건 정말이지 적응되지않지만 게으름을 부릴 시간 대신 5분 더 자는 걸 선택한 나는, 종소리를 따라오는 내 알람소리를 듣자마자 자동으로 일어나 명상을 갈 채비를 했다.

아침 명상은 저녁 명상과 달리 찬팅이 없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 법당에 들어가자마자 스스로 명상 준비를 하고 명상을 시작한다. 오늘 아침 명상에는 조금은 찌뿌둥한 몸이 내게 말해주는 신호에 귀를 기울였고, 최근 알러지 반응 + 피부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두드러기로 아마도 내 면역력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고 피로에 쉽게 지치는 것 같아, 아침 활동을 제외하고 쉬는 날인 오늘을 이용해 오후에 부족한 잠을 자며 푹 쉬자고 결정했다.

오늘도 역시, 사라의 비파사나/침묵 명상으로 내가 공양을 위해 승려님들과 시내로 향했다. 원래 나는 엄청난 길치인데 이제는 조금씩 승려님들이 가시는 길을 알 것 같다. 여러 승려님들이 공양을 받으러 같이 가시고 대부분 공양을 줄 맨 앞에 계신 승려님께 드리는데, 걸을 때는 모든 승려님들의 뒤에 있어야하지만 공양음식을 바로 가방에 넣을 수 있게 음식을 받을 때에는 종종걸음으로 맨 앞에 계신 승려님께로 뒤에서 그림자처럼 다가가야한다. 그렇게 눈치싸움을 하다보니 아침 잠이 확 달아났다. ㅎㅎㅎ

오늘 돌아오는 길, 에이프릴 승려님이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승려님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30대 중반의 나이이신 것 같은데, 승려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오늘 나와 공유하고 싶으시다며 20대때의 승려님과 승려님의 부모님 이야기, 승려님이 이모와 함께 2년간의 명상 수련을 코로나 때 떠나신 이야기, 그리고 그 수련 이후 다시 방콕에서 은행 텔러로 일하며 사람들의 거짓말, 돈에 대한 집착, 성공에 대한 눈멀음 또한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으셨고 이로 인해 불교로 귀의하시기로 결정한 이야기 역시 말씀해주셨다. 자세한 디테일은 (물론 승려님이 한글을 읽지는 못하시겠지만 ㅎㅎㅎ) 공유하고싶은 마음은 없지만 승려님이 본인의 경험에서, 불교에 이제 입문한다고 볼 수 있는 내게 본인에게 불교와 명상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변화를 줬는지를 알려주고싶어하시는 것 같고,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했다.

이제는 승려님들의 이름도 다 외우고, 어느 정도 승려님들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했는데 하나 분명한 것은… 승려님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시고, 공부하시고 그리고 늘 아름다운 웃음을 가지고 계시다. 방에서 절 공용공간으로 갈 때나 법당에 갈 때, 어두워지는 이 곳이기 때문에 후레시(?)를 들고가거나 이런저런 것을 들고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귀찮아서 가방을 드는 대신 나는 대충 플라스틱 봉지에 들고다닌다. 오늘 봉지를 달랑달랑거리며 들고다니는 걸 보고 한 승려님들이 웃음을 터뜨리시며 내 흉내를 내셨다. ㅎㅎㅎ 비록 영어로 대화가 잘 안통하는 승려님들도 계시지만 우리는 배우려는 마음, 승려님들은 가르쳐주시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공양음식을 정리하고, 커피를 마시며 피곤해져가는 눈을 다시 부릅뜨고 저녁도시락을 싸는데 태국인 자원봉사자? 혹은 승려님을 도우시는 분인 룽이, 오늘은 음식이 많이 없고 디저트만 많기 때문에 음식을 따로 꽤 했고 특히 채식주의자인 나와 팀을 위해 두부 야채 볶음을 해주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테이블에 두고 다같이 나누자고 했지만 룽이 “아냐… 정말 너네먹을 거 없으니까 너네만 먹어, 승려님들 건 따로 있어”라고 두번이나 거절해, 감사하게 맛난 두부 야채 볶음도 먹었다. 오늘은 아침시간 전 잠시 뜨는 시간에 팀과 이미 법당 근처를 쓸어서, 아침을 먹고난 후 우리는 다른 활동이 없었다.

보통 주말 휴식 때 자원봉사자들은 주위 근교로 많이 나간다고 하는데 비도 올 것 같고 - 최대한 절에서의 시간을 보내며 이 경험을 즐기고싶던 우리는 각자 방에서 쉬기로 했다. 오늘 나는 팀이 다 읽고 내게 준 새로운 소설책을 읽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약 3시간 깊은 낮잠에 빠졌다.

팀과 이른 저녁(?)을 3시에 만나 먹자고 아까 이야기를 해두어 3시에 공용공간에서 팀을 만났다. 방콕에 원래 6월 6일부터 지낼 숙소를 예약해두었는데 이를 취소하고, 13일부터 지낼 다른 숙소를 예약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부족한 것 같은 방콕… 팀 역시, 책을 읽다가 깊게 낮잠에 빠졌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팀은 다시 짧은 산책을 하러 그리고 나는 다시 책을 먹으러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서 나만의 오후 루틴(?)인 책을 읽고, 스쿼트 100개를 하고, 다시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저녁 찬팅 및 명상을 할 시간! 그 전에 공용공간에 들러 한 승려님이 내일 공양을 위한 가방들 및 컨테이너를 준비하시는 것을 돕고, 쓰레기를 내놓고 법당으로 향했다. 저녁 찬팅 및 명상 시간, 나름 편안한 마음으로 한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승려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해주신 건 내일(월요일)은 부처의 날이라 4시반에 아침 찬팅 및 명상이 있다는 것 ㅎㅎㅎ 팀과 서로 마주보며 “으흐흐”하는 웃음을 지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겠다-하는 우리만의 언어. 승려님들과 팀에게 좋은 밤을 보내라고 하고 다시 돌아온 방.

팀과 함께산 지 약 3-4년이 되가고, 떨어져 있을 때에도 저녁에 대화를 하는 건 우리의 루틴이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저녁에 떨어져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거라 생각하기도 했는데 - 이제는 혼자 방에서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게 꽤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하루의 끝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팀과 함께 수다를 떨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기대되지만!

나의 새로운 면, 관계의 새로운 면을 이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것 같다. 3주나 남은 만큼 더 깊고 풍부하게 매일을 채워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