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말레이시아

4-6. 말레이시아 배낭여행; 쿠알라 룸프르 2. 차이나 타운에서 즐긴 설날 / 춘절, 그리고 천후궁 Thean Hou Temple 방문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3. 2. 12:20
말레이시아 배낭여행 - 쿠알라 룸프르
2. 차이나 타운에서 즐긴 설날 / 춘절,
그리고 천후궁 Thean Hou Temple 방문


오늘로서 말레이시아 도착 약 5주가 되었는데, 여행을 하며 느낀 건 말레이시아는 마치 도시락 박스와 같이, 종교/언어/다른 문화들을 이유로 나뉘어진 나라 같다는 것. 바하사 말레이를 언어로 쓰고 무슬림 종교를 믿는 말레이 사람들과, 홍콩/중국 이민자들을 주로 한 중국어를 사용하고 기독교/불교를 믿는 중국계 말레이 사람들, 그리고 힌두어를 쓰고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을 필두로 해 무슬림 종교를 믿는 파키스탄 사람들과 방글라데시 이민자들 등등... 말레이시아에는 정말 다양한 종교, 언어, 문화가 있는데 이념의 차이가 커서 그런지  '어우러져'있다고는 느끼지못해서 도시락 박스라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즐기는 2주의 연휴, 설날/춘절. 말레이시아에는 정-말 많은 중국인들이 있고 우리 역시 쿠알라 룸프르의 설날/춘절 축제가 클 거라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쿠알라 룸프르에서 지낼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흘러오다보니 우리는 춘절 연휴의 시작이자 한국 설날 당일인 1월 29일을 쿠알라 룸프르에서 보내게 되었다. ㅎㅎㅎ

이전 숙소에서 3일을 지낸 이후, 차이나 타운 근처에서 설날/춘절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는 팀의 (생일)소원을 따라 우리는 차이나 타운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인 더 메이노 바이 밍글 The manor by Mingle 개인실에서 쿠알라 룸프르의 남은 4일을 보내기로 했다. 밍글 호스텔은 차이나 타운 중심에도 호스텔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너무 바쁘고 시끄러울 것 같아 조금 떨어진 지점으로 예약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국 돈 약 1박 4만원으로 개인실/화장실 및 샤워 포함으로 묵었는데 편안했고 위치도 정말 좋은 호스텔이었다!
https://maps.app.goo.gl/cVXECiiAhSk9CZRR6?g_st=com.google.maps.preview.copy

The Manor · Kuala Lumpur, Federal Territory of Kuala Lum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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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말레이시아에 도착했을 때부터 말레이시아는는 2주간의 공휴일인 춘절 준비에 바빴고 여기저기에서 아름다운 장식들을 볼 수 있는 데다가, 차이나 타운 근처를 걸어다니기만 해도 이벤트가 끊이지 않았다. 나와 팀 둘 다 한번도 사자탈춤이나 용춤(?)을 본 적이 없었는데, 쿠알라 룸프르, 특히 호스텔에 머무르는 기간동안 운이 좋게 한 번은 트윈타워 앞에서, 다른 한 번은 설날 당일 차이나 타운을 어슬렁거리다가 사자탈춤과 용춤을 볼 수 있었다. 연휴라 문을 닫은 곳들이 있기도 했지만 그랩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아니면 음식을 먹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였다.

쿠알라 룸프르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 어딜 가든 이 빌딩의 끝을 볼 수 있다.

또한 트윈타워에서 드론쇼/불꽃놀이도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보지 않아서 놓쳤다. 그치만 2주동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밤 불꽃놀이를 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 덕분에 (?) 아쉬운 마음 없이 불꽃놀이도 정말 여한없이 봤다. ㅎㅎㅎ


차이나 타운 근처에 지내면서, 매일 밤낮 할 것 없이 차이나 타운 China Town/부킷 빈탕 Bukit Bintang 근처를 걸어다녔다. 하도 걷는 걸 좋아하는 우리라, 걸으면서 예쁜 거리도 발견하고 유명한 곳도 구경했는데 인도네시아에 비해서는 인도도 정말 잘 되어있어서 편리했고 걷는 내내 구경하며 눈 돌리느라 쉴 틈이 없었다. 차이나 타운에서 쇼핑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페탈링 길 Jalan Petaling인데, 이 곳에는 사실 우리나라 말로 짝퉁쇼핑으로 유명한 곳 같았고 호객행위가 심해 한 번 걷고는 다시 걷지는 않았다.
그 대신 페탈링 길 그 옆 길인 Jalan Sultan에 레스토랑 및 거리 음식 많고 볼 거리도 많아 이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저녁도 여러번 먹고 책방에 가서 새로 읽을 책도 샀다.

잘랑 술탄 입구에 있는 북 액세스 BookXcess RexKL, 영어 책을 많이 판다.
팀의 인생 첫 마라! 좋아했다.
말레이시아 스타일 팥빙수, 첸돌 Cendol. 우리는 거리음식 대신 가다가 보이는 에어콘 있는 곳으로 갔는데 이 이후로 나는 첸돌의 팥 + 코코넛 + 설탕의 달콤한 맛에 중독되어 버렸다.. ㅎㅎ

음식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 이 길의 중심가에 바쁜 누들 가게, 미 타릭 Mee Tarik이 있는데 여기서 바로 누들을 뽑아낸다. 누들 뿐만이 아니고 만두, 바베큐(두부 바베큐였는데 정말 맛났다.), 볶음밥 등 먹을 거리가 정말 많은데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고 가격도 10링깃 넘는 메뉴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혹시나 차이나 타운에 다시간다면 여기서 다양한 메뉴만 먹어도 충분할 것 같다.
https://maps.app.goo.gl/pJpjwCDa3NAqzdQJ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Mee Tarik Restoran · Kuala Lumpur, Federal Territory of Kuala Lump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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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당일, 저녁에 우리는 천후궁으로 알려진 Thean Hou Temple에 방문하기로 했다. 천후궁은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데, 7시에 해가 지기 전 절 구경을 하고싶어 약 오후 5시쯤 천후궁에 방문했다. 천후궁으로 가는 길은 버스/기차/그랩이 있는데 우리는 시간도 있고 무더위에 하루종일 걸어다니다 지쳐 그랩을 타기로 결정했다.

천후궁으로 올라가는 길 차가 막혔지만 주위에 중국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녀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천후궁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절이라고하는데, 그 명성에 걸맞게 도착한 후 돌아다니면서 사진찍느라 어느덧 해가 지고, 천후궁의 등불이 하나 둘씩 켜졌다. 등불이 켜진 천후궁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도시를 뒤로 한 천후궁은 정말 아름다웠다.


천후궁에서 돌아오는 길, 해가 지고 더위도 한 풀 죽어 우리는 약 20분을 걸어 가까운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다시 차이나 타운으로 돌아왔다. 예상대로 정말 바쁜 차이나 타운의 설날 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설날 당일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게 전통이라 하던데 그처럼 많은 가족들이 모여 외식을 즐기는 모습을 차이나 타운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호주에 10년 넘게 지내고 한국을 방문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설날은 내게 그냥 별 의미가 없었고 엄마한테 카톡 한 통 보내는 날이었는데 이번 설을 팀과 함께 쿠알라 룸프르에서 지내고 다 같이 모이는 가족들을 보며... 시간이 있다면 향후 몇 년 내에 설날을 한국에서 가족과, 특히 새로 생긴 두살내기 귀여운 조카와 함께 보내보고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언젠가 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