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4주간의 나와의 여행
25일째, 2025년 6월 9일
오후의 쨍쨍한 해가 사라지고 저녁 찬팅 및 명상이 끝나자, 선풍기가 없어도 기분좋게 시원한 밤이 찾아왔다. 이번 주는 이 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한 주!

일주일 중 가장 바쁜 월요일 아침,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아침 명상을 하러 5시에 법당으로 향하는 건 여전히 쉽지않다. 아침에 마음 수행Mindfulness를 하기가 내게는 어렵기 때문에, 아침 명상에는 집중을 하는 Concentration Meditation을 하고있는데 떠다니는 마음속에서도 한 가지의 생각 혹은 사물에 집중을 하는 이 명상법은 힘든 아침을 겪는 내게는 좋은 명상법인것 같다. 아침 명상이 끝나고 오늘은 공양을 받으러 승려님들과 함께 시내로 향했다. 뭔가 오랜만에 공양을 받으러 가는 길이라 그런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공양음식을 정리하고,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절 근처의 잎과 나뭇가지들을 쓸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아침을 먹고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 - 나중에 먹을 음식을 싸고, 남은 음식을 다른 이들에게 기부하기 위해 다시 포장한 뒤 설거지를 하며 뒷정리를 했다.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진 아침활동이고 매일 하는 활동이지만, 아침 명상이 어떻게 진행되었느냐에 따라 그 아침활동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방으로 가 잠시 누워서 쉰 후, 9시반 걷기 명상을 하러 향했다. 비파사나 명상을 하며 내가 지내는 헛 근처에서 산을 바라보며 걷기 명상을 자주 했었는데 어느덧 그 자리에 길이 만들어져있는 걸 오늘 발견하고 처음에는 나뭇잎들로 가득했던 그 길이 내가 걸음으로서 길이 되었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 사실을 깨달으니 매일 걷던 그 열발자국 정도의 짧은 길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승려님들은 시계가 없이도 명상을 하면 시간을 대충 아실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 나도 걷기 명상이 대강 끝날 시간이 된 것 같아 시간을 체크하자 29분이 지나있었다! 그동안 어려워하던 걷기 명상을 연습했던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다른 자원봉사자들, 팀 그리고 낸 니챠, 낸 수티와 그룹활동을 위해 만나 법당과 내 방 근처의 나뭇잎들을 쓸고 낸 니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도왔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주 오래된 나무로 된 작은 헛(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을 허물고, 조금 덜 오래된 ㅎㅎㅎ 다른 헛을 손보아 재정비하는 것. 오늘 그 오래된 헛을 허물고,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수 있는 나무들은 재정비할 헛 근처로 옮긴 뒤 사용할 대나무 4그루를 (팀이) 자르고 오늘의 그룹활동은 끝이 났다. 크게 힘이 들지않는 일이었음에도 날이 더워 그런지, 샤워를 하고 다마토크를 위해 설정한 2시알람이 울릴 때까지 침대에서 낮잠에 들었다.
오늘 루앙 매와의 다마 토크 시간에, 불교 수행을 실천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것은 계율, 마음의 정화, 지혜이다. 루앙 매는 이 세 가지가 어떻게 팔정도와 연결되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먼저 도덕성(계)에 대해서는 정명(Right livelihood) 정어(Right speech)가 해당된다고 하였다. 루앙 매는 올바른 생계(정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삶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식으로 쓸 때 세상에도, 마음에도 이익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정어에 대해서는 거짓말하지 않기, 악의 섞인 말 하지 않기, 험담하지 않기, 쓸데없는 말 하지 않기를 상기시켜주었다. 이 말씀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비파사나 명상 이후 새로운 자원봉사자 두 명을 만나며 잡담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마음챙김 수행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금 이곳에 왜 왔는지를 상기하게 되었고, 이 소중한 시간 동안 타인을 알기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다음은 마음의 정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루앙 매는 마음을 정화하는 목적이 단순히 평온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에 연결된 팔정도의 요소는 정정진(Right effort), 정정(Right concentration), 정념(Right mindfulness)이다. 정정진에 대해서는 네 가지로 설명하였는데, 두 가지는 부정적인 측면, 두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부정적인 두 가지는 과거의 잘못을 내려놓기, 그리고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이고, 긍정적인 두 가지는 이미 지닌 선한 마음을 유지하기, 아직 갖추지 못한 선한 마음을 지금 당장 길러내기였다. 루앙 매는 무엇이 바른 마음인지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고, 언제든지 자애로운 마음을 길러낼 수 있다는 말씀에 깊이 감동하였다.
다음으로는 정정(정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정선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단단하고 평온하게 다듬는 것이며, 결국에는 균형 있고 안정된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념에 대해서는 불교적 관점에서 네 가지 기반이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신념처(몸), 수념처(느낌), 심념처(마음), 법념처(법) 즉 Dhamma이다. 신념처는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마음이 현재에서 벗어날 때 호흡이나 자세를 통해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다. 수념처는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느낌, 즉 쾌, 불쾌, 중립을 아는 것이며, 이는 감각이나 감정과는 다르다고 하였다. 느낌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라벨을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심념처는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또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념처는 이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앞선 세 가지 기반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끝으로 루앙 매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기반을 찾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 주제는 지혜였다. 루앙 매는 우리의 삶에서 지혜는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손전등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불교에서 말하는 정념과 서양 문화에서 말하는 Mindfulness 다르다고 짚어주셨다. 불교의 정념은 생각을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가이드이며, 현재를 지지하는 것이고, 이 생각 자체가 바로 정사유(Right intention) 이어져 정견(Right view)을 형성한다고 하였다. 정견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가 개입하든 아니든 현상은 일어나고, 모든 것은 고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개입 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후 루앙 매는 이 지혜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나 자신은 이번 수업을 통해, 외부의 변화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스스로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고, 친절하며, 명상하며 살겠다는 삶의 방향을 정했고, 그 실천을 나중이 아닌 지금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조차도 사랑할 수 있고, 그들에게도 사랑을 보낼 수 있다고 하였다.
오늘의 다마 수업은 질문까지 포함해 2시간 넘게 진행되었지만, 이곳에서 읽은 책들 덕분에 크게 혼란스럽지 않았다. 이곳에 머문 지 3주가 되니, 루앙 매가 말했던 “지혜는 각자의 몫”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모두에게 같은 과제, 같은 기간, 같은 가르침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다. 나는 내 시간을 독서와 글쓰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고, 불교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단지 이론적 지식만이 아니라, 실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가르침이라는 것도 절감하고 있다. 이 삶의 길을 선택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이제 딱 4일 남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수행하며 보내고 싶다.
이 곳에서의 지금까지 시간은 또 하나의 삶을 바꿔놓는 경험이 되었고, 이제는 내가 이 보물을 어떻게 간직하느냐가 내게 남은 과제이다.
다마토크가 끝난 이후, 평소라면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며 음식을 먹었을 나이지만 오늘은 따로 앉아 루앙 매의 이야기들과 지금까지의 배움을 생각해보며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 짧게 스트레칭을 한 후 절에서 컵들을 정리하는데 낸 이레나가 내게 늘 컵들을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내가 늘 법당 명상을 준비하기위해 방석과 찬팅 책들을 준비하는 걸 알고있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늘 10분, 적어도 5분 빨리 가고 어차피 부엌에 그 시간에 물을 뜨러 오기 때문에 당연하게 우리가 쓴 컵을 정리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소한 점도 캐치해주는 낸 이레나의 따뜻함에 감사했다.
비파사나 명상을 하며 내가 가장 그리워했던 찬팅!
찬팅의 의미를 알게되니 찬팅이 더 즐겁고 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녁 명상에서는 편안하게, 생각이 지나가는 대로 - 곤충의 소리를 들으며 - 내 마음과 몸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며 두통이 있었음에도 마음은 평화로운 저녁 명상을 끝냈다.
궁금한 점이 너무나도 많지만, 아직 나의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아 차마 물어보지 못하는 그 기분이 든다. 루앙 매와 낸 이레나, 다른 승려님들 그리고 책이 이론적으로 내게 많이 알려준 것만큼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으로 몸으로 체감하고 머리와 마음으로 이를 느끼는 남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내일은 원래는 “쉬는” 날이지만, 팀과 함께 내일, 모레, 목요일은 헛을 재정비해야한다. 몸을 수련한다 생각하며 주어진 하루에, 움직이며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려 (노력)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