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워크어웨이]
구글 맵에도 없는 절에서 보내는 4주간의 나와의 여행
27일째, 2025년 6월 11일

새벽 4시반 기상한 이후, 침대에 누워 쉬기는 커녕 방에서 혼자 명상할 시간도 없던 절에 도착한 이후 가장 바빴지만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과, 마음 수행 그리고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하루. 몸이 피곤해 그냥 누워 잠에 들고싶었지만 승려님들과의 늦은 대화로 아직 정신이 깨어있는 터라, 글을 써 정리를 하고 자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블로그를 쓴다.
원래 내게는 힘든 아침 명상이지만, 어제 새로 집어든 책에서 배운 대로 잠이 오려고 할 때에는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 눈을 잠시 뜨고 명상을 하는 등의 테크닉을 사용해 명상을 하다 보니, 한 사물이나 생각에 집중하는 concentration 명상을 피로함 없이 끝낼 수 있었다. 총 46가지의 명상법(혹은 명상을 돕는 방법들)이 불교에 있다고 하는데, 하나 하나를 마스터해나가면 언젠가는 어느 시간에 하는 명상도 내게 마음의 수행인 mindfulness를 가져다주는 날이 오겠지?
오늘은 우리가 떠난 후 운전을 도맡아 할 자스민이 팀에게 운전을 배우고 나는 공양을 위해 승려님들과 함께 시내로 나섰다. 어쩌면 내게는 마지막 공양이 될 수도 있는 오늘의 공양! 나는 아직도 부처가 되려면 먼 길이 남아, 아직 ”마지막“이라는 것에 집착을 해서 그런지 모든 길이 다르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장에 들어가 코너로 갈 때에 히잡을 입은 한 무슬림 여성분이 계신데, 한번도 이 분과 눈을 마주치지 못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무슬림 식의 인사를 드리지 못했는데 오늘 우연히 이 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손이 자연스럽게 가슴에 올라가고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이 분 역시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하며 만난 따뜻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한 공양을 끝마쳤다.
매일 아침마다 공양을 바치는 태국인들의 따뜻하고 자비로운 마음…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우리가 목요일과 금요일에 가는 학교의 선생님이 공양을 가는 길에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선생님이 예쁘게 포장하신 팩에 있는 비타민 음료와 간식들. 루앙 매와 절에 사는 lay buddhist인 룽은 작년 선생님이 부족해 학생들의 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때 이 작은 공립학교를 도와 학생들의 영어, 수학 및 과학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고 그 인연을 이어 현재도 자원봉사자들이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도와주는 것이다. 그에 감사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잘 포장된 간식들에서 느껴졌다.
공양을 마치고 절로 돌아와, 평소와 같이 음식들을 정리하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빗자루로 정리한 이후, 다들 아침을 먹는 동안 나는 책을 조금 더 읽었다.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을 싸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를 마치니 걷기 명상이 있는 9시 반까지 겨우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걷기 명상 이후 그룹활동을 바로 하기 때문에 조금 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선크림만 바르고 잠시 앉아 명상을 하려 하는데 낸 니챠가 자갈들을 옮겨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언제나 친절한 낸 니챠를 당연히 도우러 갔지만 월요일, 화요일 평소보다 많은 육체적인 노동을 해서 그런지 내 몸이 마음같이 빨리 움직여주지를 않았고 온 근육이 피곤한 것 같았다.
잠시 낸 니챠를 도운 후, 방에서 걷기 명상을 하며 피로한 몸을 잠시 쉬이고 걷기 명상이 끝나고 그룹활동을 하러 가는 길 큰 포크레인을 만났다! 작년 우기에 홍수로 인해 절의 법당 및 공용공간에도 물이 가득찼다고 하는데, 이를 회복하는데 오래 걸려서 올해는 승려님들이 대비를 단단히 하려고 하시는 것을 도착한 후 알게되었다. 특히 낸 폭의 지도하에 승려님들이 프로젝트성 일을 하고 계셨고 환경 경영/과학을 전공한 팀이 이에 도움을 주려 법당 근처에 작은 언덕길을 만들면 물이 향하는 방향을 바꿀 수 있어 홍수예방에 도움이 될 더라고 루앙 매와 낸 폭에게 아이디어를 약 일주일 전? 제시했었다. 그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주신 승려님들 덕에 오늘 오게 된 포크레인이 흙을 파내어 팀의 아이디어대로 언덕을 만들고 있었던 것! 팀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주시고 믿어주신 승려님들께 감사하고, 승려님들은 아이디어를 준 팀에게 감사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팀과 함께 오늘의 그룹활동이 있는 헛으로 가서 낸 니챠와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활동을 하던 중 낸 폭이 팀을 데려가셨다. 낸 니챠의 지도하에 어느정도 헛이 진행됬지만 오늘은 그 강한 낸 니챠도 덥고 습한 날씨에 지치셨던지 오늘은 그만하자고 하셨다… ㅎㅎㅎ그리고 팀이 있는 포크레인이 일을 하는 곳으로 가서, 포크레인이 일하는 걸 보며 감탄하다가 샤워를 하러 갔는데 포크레인이 물 탱크 관 중의 하나를 잘못 부수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대화을 할 때 이로운 말만 하고 수다를 최소화하자는 마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지만, 물이 나올 때까지 다들 공용공간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승려님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중, 낸 농과 룽이 우리에게 내일(목요일)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레슨은 취소되었으며 이 대신 우리와 함께 절 밖으로 데이트립을 가자고 하셨다. 이 때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들은 바로는, 나와 팀이 한 달동안 일을 열심히 해주고 도와준 것에 감사하는 승려님들과 룽이 우리를 위해 특별한 하루를 준비해주신 것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내일 승려님들과 같이 절 밖으로 나가 하루를 보낼 생각에 나도 팀도 많이 기대가 된다.
다시 물이 나와 샤워를 하던 중 다시 물 수압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ㅎㅎㅎ “태국 시골의 삶이란”이 느껴지는 고양이 샤워를 끝내고… 낸 이레나와의 수타 공부를 위해 오후 3시에 다시 공용공간으로 모였다.
오늘의 수타 시간에는 수타니파타(Sutta Nipata) 제56장 제11절인 '법륜을 굴리다(Dhammacakkappavattana Sutta)'를 배웠고 이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후 처음으로 설하신 가르침으로, 불교 교리의 핵심인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님은 바라나시 이시파타나의 사슴공원에서 다섯 수행자에게 두 가지 극단적인 수행 방식을 피하라고 가르치셨다. 하나는 감각적 쾌락에 빠지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극단적인 고행이다. 부처님은 이 두 극단을 피하고 '중도(中道)'를 실천하셨으며, 이는 '팔정도'로 구체화된다.
팔정도는 올바른 견해, 의도, 말, 행동, 생계, 노력, 마음챙김, 집중으로 구성되며, 이는 깨달음과 해탈로 이끄는 길이다.
부처님은 '사성제'를 설명하셨다:
- 고통(苦, Dukkha) : 생로병사, 슬픔, 고통
- 고통의 원인(集, Samudaya) : 갈애(탐욕), 존재에 대한 집착
- 고통의 소멸(滅, Nirodha) : 갈애의 소멸
- 고통 소멸로 가는 길(道, Magga) : 팔정도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은 '법륜을 굴리셨다'고 표현되며, 이는 불교 교리가 세상에 처음으로 펼쳐졌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것을 배웠다.
1. 중도 실천 : 감각적 쾌락과 극단적 고행을 피하고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2. 팔정도 실천 : 올바른 견해, 의도, 말, 행동, 생계, 노력, 마음챙김, 집중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3. 사성제 이해 : 고통의 원인과 그 소멸 방법을 이해함으로써 삶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
4. 내면의 깨달음 : 지혜와 통찰을 통해 내면의 평화와 해탈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늘 수타 시간에는 이 이외에도 새로온 자원봉사자들인 자스민과 클레어의 질문으로 시작된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눴고, 낸 이레나는 감사하게도 나와 팀에게 이를 대답하거나 설명할 기회를 주기도 하셔서 두 시간 정도로 길지만 흥미로운 수타였다.
수타를 마친 후, 자스민이 이후에 코팡간이라는 섬에서 mindfulness hostel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어 우리에게 자신이 가르치게 될 수도 있는 명상을 가이드해보고싶다며 저녁 명상 이전에 시간을 내줄 것을 부탁해서 잠시 방에 들린 후, 바로 법당으로 향했다. 자스민의 명상 가이드는 아름다웠고 나와 팀은 명상이 끝난 이후 우리가 줄 수 있는 피드백을 주었다.
호주에서 “명상”이라면 보통 가이드가 있는 명상을 뜻하는 바가 많은데 이 절에서 책과 루앙 매 및 다른 승려님들께 배운 것을 스스로 찾아가고, 지혜를 정립하는 명상을 해서 그런지 이제는 “내 스스로의 페이스를 결정하는 명상이 더 흥미롭다”고 느껴지는게 신기했다. 이 절에 오기 전에는 내게 이런 내부의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런 만큼, 즐거운 저녁 찬팅과 명상을 끝내고 낸 이레나와 낸 수티와 법당에서 팀과 두시간 가량 우리의 시간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낸 이레나의 “이 곳에서 지낸 시간은 어땠나”하는 질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대답해야하지?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자… 이 곳에서 배우고 느낀 점들.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며 매일 기록한 감정들이 쏟아져나왔다! 그에 시작해, 팀 역시 팀의 감정을 쏟았고 승려님들과 우리는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며 두시간동안 불교의 가르침과 이 한 달이 우리에게 주는 배움과 깨달음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이 곳에서 지낸 한 달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아래는 그냥, 내 생각의 흐름과 대화의 주제들이다. 두 시간동안의 아름다운 대화… 마지막이라 조금은 아쉽고, 괜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날이었지만 감사함으로 가득하게 마무리하게되어 행복하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온 곳. 선풍기는 있을까? 정말 방바닥에 딱딱한 매트리스만 덜렁,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편안하고 평화로운 이 공간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승려님들과 루앙 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책으로, 승려님들로부터, 루앙 매로부터, 그리고 나로서부터 배우게 된 내게는 너무나 새롭게 느껴지는 불교의 가르침들… 이 절에서 나아가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명상을 계속 수행하면서, 걷기명상과 앉은명상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수타를 공부하면서, 5 precepts를 실천하면서…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 감사하고, 나의 과거에 집착하지 않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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