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배낭여행
문화가 멋드러진 매력적인 조지타운, 첫번째. 그 어딘가에서의 워크어웨이
카메론 하이랜드에서의 짧은 휴가(?)를 마친 후, 우리는 카메론 하이랜드에서 버스를 타고 활기가 넘치고 매력적인, 페낭주의 조지타운 George Town으로 향했다. 보통 페낭에 간다, 하면 조지타운을 갈 정도로 여행자들은 조지타운을 많이 찾는다. 조지타운은 영국 식민지 지배시절의 건축물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데다가 동양의 문화가 어우러져있는 아름다운 도시이고,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선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게다가 페낭주 전체가 음식으로 유명해 길거리를 걷다보면 여기도 미쉘린, 저기도 미쉘린에 선정되어있을 만큼 맛난 음식들로 가득한데다 섬이라는 장점으로 아름다운 해변까지 있으니, 조지타운이 말레이시아에서 쿠알라 룸프르 다음으로 유명한 것도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이 곳에서 지내며 느낀 조지타운의 다른 장점은, 조지타운은 쿠알라 룸프르 뿐만이 아닌 다른 소도시에서 젊은 사람들이 직장, 예술, 새로운 기회 등을 이유로 많이 이사해오는 곳이기 때문에 아트마켓, 빈티지 샵 등이 활성화되어있어서 언제나 생기넘치는 도시라는 것이다.
나와 팀은 이전 포스트처럼 이 조지타운에서도 유명한 '러브레인 Love Lane'이라는 길목에서 걸어서 1분밖에 걸리지 않는 '썸플레이스 엘스 (그 어딘가에서) Someplace Else'라는 호스텔에서 2주간 호스텔에서 워크어웨이로 찾은 무급 일을 하며 이를 호스텔 숙박과 맞바꿨다. 호스텔에서 잠만 자봤지 어떤 일을 하게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도착하니 우리 말고도 다른 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첫 날 대화를 하며 아침/오후/저녁으로 쉬프트가 나뉘지만 모든 쉬프트에 공용공간 청소가 포함되어 있고, 아침 쉬프트에는 침대를 청소하고 침구를 바꾸고 이불빨래 / 오후 쉬프트에는 체크인 및 이불빨래 마무리 / 저녁 쉬프트에는 간단한 청소, 호스텔에서 매일 열리는 다른 프로그램 서포트 그리고 체크인 및 문닫는 게 주 업무라는 걸 알게되었다. 우리는 아래와 같은 쉬프트를 약 2-3일 전에 받았고 휴무를 같이 하고싶다고 미리 말을 해두어 휴무날 조지타운을 같이 둘러볼 수 있었다.
이 호스텔의 특이한 점은, 사장인 아론 그리고 매니저 코니를 제외하고는 직원은 두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자원봉사자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처음에는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른 여행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며 이게 요즘에는 꽤 흔한 추세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호스텔에 일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조금 알아가기 힘든 느낌이 들었지만 나중에 팀과 뒤돌아보며 이들이 말레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해야할 일을 아주 직설적으로 말해서,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어렵게 느꼈을 뿐 그들의 마음은 처음부터 따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론은 거의 매일 우리에게 점심도 가져다 주었고 밤만 되면 맥주 마시러 갈 사람?을 와츠앱 그룹에 매일 띄웠다. ㅎㅎㅎ 직원들 말고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저녁 시간이 좋았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개인 시간이 없거나 개인 시간을 가지기 힘들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 호스텔 3층에는 공용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4층 루프탑에는 부엌 및 쉴 공간도 있어서 이 곳에서 해지는 걸 혼자 고요하게 볼 수 있고, 또 호스텔1층에는 큰 공용 공간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등 개인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호스텔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많고, 관광 중심가여서 쉬는 날이 아니더라도 쉬프트가 끝나거나 쉬프트 이전에 걸어다니며 조지타운의 다양한 문화를 온 몸으로 매일 느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호스텔 저녁 업무인 리셉션을 하며 호스텔 시스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것과 숙박하는 사람들과 호스텔 저녁 프로그램(?)들을 같이했던 것! 팀은 등산을 리드하기도 했고, 팀에 비해 내향적인 나는 팀 옆에서 같이 트리비아 퀴즈 문제를 내거나, 다같이 볼 영화를 정하기도 했는데 - 내가 제안한 부산행을 다들 좋아해서 다같이 저녁에 부산행을 보기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큰 일인 나에게는 호스텔에서 일하는 이 2주간의 시간 역시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호주에서 특히 브리즈번에서는, 사람들을 만나면 매일 하는 이야기가 '집, 자식, 개'뿐이라 대화가 지루해서 집중하기가 힘들 때도 있었는데 호스텔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어떻게 여행을 시작했는지,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 30대 초중반이라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에는 20대 초반이나 중반들만 배낭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내가 호스텔에서 지내기에 나이가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 데 이 역시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내 스스로가 나를 억압하고 있었다는 걸 이 호스텔에서 지내며 많이 배웠다.
50대의 나이에 이혼을 하고, 스스로를 다시 찾아보고싶어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부터 누가봐도 부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직업을 즐기지 않아 이제는 여행을 하며 다른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운 '집'을 찾았고 가까움을 느끼지만 아직은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도. 꼭 흥미있거나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만 만난 것이 아니고, 그 사람들의 부족함에서도 배울 점이 있어서 내 시야가 정말 넓어진 것 같다. 아침에 2층침대를 올라갔다 내려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거의 매일을 2만보를 찍느라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것도 있었기에 조지타운을 떠난 이후 피로 탓에 몸이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 그 어딘가에서, Someplace Else에서 배운 경험과 만난 사람들은 내게 언제나 소중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
언젠가 그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