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네시아

2-3. 인도네시아 한 달 배낭여행 후기 ; Wanua adventure 와누아 어드벤쳐 3박4일 보트트립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2. 22. 21:21

 

인도네시아 한 달 배낭여행 후기
Wanua adventure 와누아 어드벤쳐 3박4일 보트트립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팀과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비행기 이용, 최대한의 육로이동으로 여행하며 가능한 한도내에서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자고 결심했다. 이전 포스트에서 썼듯 패스트페리보다 슬로우페리를 탄 것 역시 이러한 이유도 있었다.

우리는 발리, 롬복 그리고 롬복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있는 플로레스 Flores섬 세 군데를 들리기로 했는데 롬복에서 플로레스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롬복에서 발리로 가서, 발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플로레스로 가는 방법이었다. 말로 하니 되게 길 것 같지만 총 4-5시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행이 아닌 다른 방법들을 찾아보려고 검색을 해본 결과 롬복에서 플로레스의 제일 서쪽 도시인 라부안 바조 Labuan Bajo로 도착하는 3박4일 보트트립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보트트립을 하는 여행사는 많이 있는데 우리는 그 중 이 보트트립을 여행제품으로 제일 먼저 시작했고, 럭셔리한 다른 보트들에 비해 배낭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수있는 와누아 어드벤쳐 Wanua adventure를 선택했다. 롬복에서 플로레스를 가거나, 플로레스에서 롬복으로 갈 수 있고 일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발리도착 이후 와츠앱으로 연락해 아직 예약이 가능한 지 물었고, 우기시즌이라 그런지 별 무리없이 우리가 원했던 날짜에 예약할 수 있었다. 12월 22일이 2024년의 마지막 트립이었다고 하고 1~3월 정도는 우기라서 운행을 하지않는다고 한다. 이는 아마 와누아가 아닌 다른 보트들도 다 똑같을 거 같다.

와누아 어드벤쳐는 1층의 프라이빗 캐빈이나 2층 갑판?에서 지낼 수 있고 캐빈은 인당 3.6mil 루피아, (약 한화 40만원) 갑판은 3.2mil 루피아로 예약한 날 아침 현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캐빈이라 하지만 그냥 문과 작은 선풍기, 매트리스가 있는 아주 기본적인 캐빈이고, 갑판에서는 약 30명이 매트리스를 깔고 짐과 함께 잔다. 다들 옹기종기 자는 모습에 중고등학생때 하던 여름캠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인도네시아 음식으로 삼시세끼가 제공되고, 티, 커피, 마시는 물에다가 3박4일간 액티비티 입장료 및 마타람/셍기기 지역에서 픽업까지 포함된 걸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여행이었다.

우리는 커플이기도 하고 옷 갈아입을 때랑 잘때만은 편하게 지내고싶어 캐빈을 선택했는데, 기본적인 캐빈이라 하더라도 쉬고싶을 때 캐빈에 들어가 누워있을 수도 있고 낮잠도 잘 수 있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액티비티 하는 동안이나 밥먹거나 늘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랑 수다 떨 시간은 넘쳐났기에, 같이 가는 친구가 있다해도 캐빈을 추천한다.


와누아 어드벤쳐를 선택한 다른 이유는 바로 아래의 프로그램들! 라부안 바조에서도 데이트립/1박2일로 가야하는 곳들을 다 들리면서 천천히 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첫 날, 우리는 셍기기 호텔에서 약 9시에 시간맞춰 봉고차에 픽업되었고 근처 다른 여행객들도 같은 차에 픽업되어 서로 이름과 어디에서 왔는지를 공유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약 45분을 달려 다른 여행객들과 우리를 동쪽 롬복 항구로 데려갈 버스가 기다리는 집합장소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간단한 아침과 브리핑을 듣고난 후, 다시 봉고차에 여러 팀으로 나뉘어져 약 2-3시간을 달려 동쪽 롬복 항구로 도착해 배에 승선했다.

우리가 탄 배는 모든게 나무로 만들어 진 배였고 점심을 먹고, 짐을 풀고, 다른 여행객들과 수다떨고, 배 앞쪽에 앉아 바람을 쐬다보니 어느덧 첫 날의 석양을 볼 수 있는 케나와섬 Kenawa Island에 도착했다. 섬에 도착해 수영을 하며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언덕(산…?)에 올라가 본 석양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석양을 보고 내려와 저녁을 먹고 선장님이 다음날 아침 고래상어와 스노클을 하고싶다면 새벽 6시에 일어나야한다고 하셔서, 모두들 밥먹고 바로 잠들었다. 사실 나와 팀은 둘 다 배 타는 걸 정말 좋아하기때문에, 아무말도 없이, 같이 배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 비몽사몽 일어나 아침을 먹고 고래상어스팟으로 가서 스노클을 했다. 사실 진짜 고래상어를 볼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는데…! 스노클을 하며 두마리의 커다란 고래상어를 봤다.
고래상어가 우리 앞에 정~~~말 앞에 가까이 왔는데 고래상어는 사람을 먹지않는 걸 알면서도 그 거대함에 압도감이 들어 입을 열면 저 입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무서움까지 들었다. 고래상어의 생김새, 특히 눈은 생각보다 정말 귀여웠고, 마치 인자하게 웃는 것만 같았다.

이튿날의 액티비티는 아침에 일어나 고래상어와 스노클 하는 것 및 점심 이전에 약 30분 바다에서 수영하는게 끝. 카와나 섬에서 코모도 드래곤이 있는 코모도 섬으로 제시간에 가려면, 하루 온종일 달려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 날은 다행히도(?) 여행 중 유일하게 비가 많이 오고,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었는데 혹시 몰라 멀미약을 먹고 바다가 요동치는 모습을 배 안에서 보는게 평화로웠다…

여행객들의 대부분은 20대 초반 유럽배낭여행객들이었는데, 11개월동안 여행을 한 폴란드 커플에서부터 네덜란드에 있는 인도네시아 여행 그룹챗에서 이 날 출발하는 보트를 추천해줘서 같이 온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 혼자 여행하는 미국인 등등 여러사람들을 알아가며 그들에게 여행 스토리를 듣고 감명받고 배우는 일이 많아, 우리 여행의 좋은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여행객들이 인도네시아 이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가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ㅎㅎㅎ 팁도 주고받고 호주 지역이나 차 사는 법 등등 이야기하며 하루종일 배에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셋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코모도섬에 일하는 사람들을 태운 배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선장님이 나중에 라부안 바조에서 출발하는 데이트립 배가 아주 많이 오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조용할 때 코모도 드래곤을 보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해변에서 혼자 산책하는 코모도 드래곤을 봤다!

코모도섬은 코모도 개체수 보존을 위해 2025년부터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영구적으로 닫는건지 일시적으로 모두 닫는건지 혹은 1주일 닫고 1주일 여는건지는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플로레스섬의 사람들은 코모도 드래곤 개체수 보존에 진심이라 이같은 일시영업정지가 생활에 부담을 준다해도 대부분 받아들인다고 한다.

코모도 드래곤에 다들 입장해 걸으며 야생돼지를 보다가 만난 코모도 드래곤. 팀은 어릴 적부터 코모도 드래곤을 보는게 평생소원이었다고 좋아했다. 정말 크고 마치 공룡을 보는 것 같았다!

코모도 드래곤을 본 후, 우리는 코모도섬의 반대편 롱핑크비치 Long pink beach로 이동해서 약 3-4시간 정도를 보냈다. 이름에 맞게 핑크색 모래가 정말 아름다웠다. 스노클을 하거나, 비치발리볼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는 등 여러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데 스노클에 미친 우리는… 선크림 덧바를 생각도 않고 물속에서 스노클만 계속했고 결과적으로 온 몸이 튀겨진 것처럼 타버렸다. ㅎㅎㅎ 그렇지만 물 속에서 본 산호들이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후회하지않는다. 호주에서도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서 스노클을 했지만 정말 그보다 건강한 산호들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오늘의 선셋 스팟, 파다섬 Padar Island. 코모도섬, 롱핑크비치, 파다섬 모두 원래는 바쁜 곳이라 들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아 사람도 별로 없고 날씨도 우기치고 정말 좋았다. 비록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선셋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아름다웠고 (힘들었지만) 700계단을 오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넷째날은 아기상어들을 볼 수 있는 켈로섬 Kelor Island로 도착해 약 2시간동안 다시 스노클을 했다. 안타깝게도 팀의 고프로 배터리가 떨어져서 ㅠ ㅠ 아기상어들을 찍지는 못했는데 정말 작고 귀여울 줄 알았는데 60-70센티에 정말 빨랐다. 그 이외에도 신기한 물고기들, 깨끗한 산호들을 보며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스노클 이후 라부안 바조 항구로 도착해 숙소로 체크인을 했다. 호스텔에 지내서 그런지 그 곳에 우리 보트 인원의 절반이 지냈다. 짐을 풀고 팀과 조금 쉬다가, 선장님이 말해준 파라다이스바에 뒷풀이하러가서 정~말 오랜만에 춤추며 늦게까지 놀다가 숙소로 들어가서 뻗었다. 그 날의 춤추는 영상과 땀에 쩔은 사진들은 혼자 보관해야겠다… ㅎㅎ

호스텔에서 지내며 다른 여행객들 중 다른 3박4일 보트트립을 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 다 비슷한 프로그램이고 와누아보다 더 럭셔리한 스타일의 보트를 탔지만 보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영어를 거의 하지못해 어려움을 겪은 게 대다수였다. 다행히 우리 보트 선원분들은 모두 다 같이 이 보트를 지은 사람들이었고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밤이면 선원, 승객 할 것 없이 다같이 롬복 전통 술을 마시고, 배 지은 과정도 사진으로 공유하고, 기타치고, 3박4일동안은 정말 가족처럼 보냈던 것 같다.

사실 호주의 도시에서 오래 지내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 대부분 만나면 집 사는 이야기, 자식 이야기, 돈 이야기 아니면 자기 강아지 이야기… 마치 만나는 사람만 다르고  이야기는 반복되는 것 같은 굴레에 살고있는 것 같아서였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배낭여행자들에게서 나이에 상관없는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배웠고, 나눈 사소한 대화들 모두가 정말 소중해 앞으로 여행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어준 것 같았다.

만일 인도네시아에서 시간이 있고, 자는 곳이 매트리스와 베개만 있으면 된다면 이 경험을 정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