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2.5달 배낭여행] 내가 몰랐던 말레이시아, 사바 Sabah. 두번째 - 2025년 3월의 기록

발렌타인의 배낭여행기 2025. 5. 5. 23:48
말레이시아 2.5달 배낭여행
내가 몰랐던 말레이시아, 사바 Sabah
두번째 - 키나바탕간 강 위에서, 3박 4일
2025년 3월의 기록


우리가 3박 4일을 지낸 키나바탕간 Kinabatangan / 수카우 Sukau 지역은, 산다칸에서 차로 약 2-2.5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곳으로 이 지역을 따라 흐르는 키나바탕간 강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 지역 근처에 다양한 숙소가 있고 대부분의 숙소마다 강가에서 배를 타고 하는 투어를 제공하는데, 우리는 여러 숙소 및 투어업체를 비교해 본 결과 수카우 백팩커 Sukau Backpacker 에서 2박 3일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숙소가 산다칸이나 세필록 (오랑우탄/반달곰 보호소가 있는 곳)에서의 왕복 교통편, 2박3일간의 세끼 제공 및 약 4개의 강가 보트 투어를 제공했는데 수카우 백팩커 근처에 최근에 코끼리가 출몰했다는 점이 우리의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백팩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모두 개인실이었고 다른 투어에 비해 40퍼센트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특실(이라고 엄청 특별한 건 없고, 새로 지어져서 깔끔했다)로 지낼 수 있던 것도 선택에 한 몫 했다.

원래 2박 3일로 예약했었지만, 내 건강상 문제로 산다칸에서 키나바탕간 이후 다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돌아가기로 한 우리는 하루 더 연장해서! 키나바탕간에서 3박4일로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약속된 시간에 픽업하러 오셔서 도착한 숙소. 원래는 구매한 보트 투어만 하려 했는데 숙소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에 이미 흠뻑 빠져서 우리는 다음날 아침 투어 그리고 삼일째 날의 저녁 투어도 추가로 구매해 총 6번의 투어를 했다.

숙소 도착 첫 날 - 숙소 앞에서 바라본 석양

투어를 하며 다른 배도 많이 봤는데, 대부분 배의 크기나 컨디션은 다 비슷해보였고 가이드에 따라 투어의 질이 결정되는 것 같았다. 우리의 경우, 늘 같은 투어가이드는 아니었는데 모든 투어가이드분들이 좋았지만 특히나 세번의 투어를 함께한 투어가이드가 투어가이드는 투잡으로 하고 원래는 키나바탕간의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위해 일하는 분이셔서 그 분의 엄청난 지식 덕택에 야생동물 뿐만이 아니라 키나바탕간과 이의 사람들이 어떻게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또 함께 살아가려하는지… 많은 걸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https://maps.app.goo.gl/pdArTSx6p4NhSzpF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Sukau Backpackers Bed & Breakfast · Kinabatangan, Sabah

www.google.com


3박4일 내내, 여전히 몸이 백퍼센트는 아니었기에 투어하고 - 잠시 쉬다가 밥먹고 약먹고 - 또 투어하고 - 밥먹고 약먹고 자는 일만 반복했었는데 보트가 아주 편안하진 않았지만 등산이나 많이 걷는 활동이 포함되어있지않아서 회복중인 나에게는 정말 완벽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키나바탕간에는 탑5라고 불리우는 야생동물들이 있고 이는 Hornbill (코뿔새) / 악어 / 오랑우탄 / 코끼리 그리고 프로보시스 원숭이 (Proboscis monkey)로, 이들을 다 보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가깝다고 하는데 우리는 정말 운이 좋게도 3박 4일동안 이 탑5를 모두 보았다!

사실 나는 새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팀은 새에 최근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어, 혼빌을 보고 아주 신나했다. 뿐만 아니라 보트에 탄 많은 사람들이 혼빌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는 걸 보며 신기했다. ㅎㅎㅎ 프로보시스 원숭이는 정말 코가 길쭉했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사람들의 손길을 타서 바나나 먹는 원숭이만 많이 보다가 자연에서 자기들끼리 머리를 긁어주고 노는 모습을 보니 뭔가 찡한 느낌이 들었다. 악어는 물론 호주에서도 봤지만 호주에서는 어쩌다보니 아기 악어들만 본지라, 오픈된 보트 옆으로 2미터가 넘는 악어가 먹이를 잡으러 (가이드 분이 밥먹은 지 꽤 된 것 같아 보이는 악어라고 하셨다) 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니 정말 크고 입이 자연스레 다물어졌다. 물론 아이폰SE2(나) 그리고 아이폰7(팀)으로 찍어서 사진은 별로지만 우리 가슴속에.. ㅎㅎ


그리고 사진도 제대로 찍지못한 오랑우탄과 코끼리….

솔직히 멸종위기인 오랑우탄을 자연에서 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했다. 팀이 오랑우탄 보호소에서 찍어온 영상들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랑우탄을 직접 보니 정말 인간인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고 신기했다. 코끼리 역시, 최근에 있던 홍수로 인해 코끼리들이 좋아하는 잔디가 많이 자라나서 그걸 먹으러 코끼리들이 원래 안오던 시즌에 오게된거라 하는데 코끼리들이 서로 트럼펫하며 대화하는 소리, 그리고 걸어다니는 걸 보며 내 눈으로 보는데도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가 본 코끼리는 아시안 코끼리에 포함되는 피그미 코끼리로 아시안 코끼리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라고 하지만 내 눈엔 정말 커보였다. 살다살다 여행하다 야생 오랑우탄과 야생 코끼리를 볼 줄이야…!


키나바탕간 강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투어는 당연히 야생동물 투어이기 때문에 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거나,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지만 과거에는 여러 입구를 통해서 몰래 트랙킹을 하며 사진을 더 가까이에서 찍고 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투어들이 행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이는 금지되어있다고 하지만 많은 보트가 있기 때문에 레이저를 사용해서 동물이 어디 있는지 보여준다거나, 코끼리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보트를 정말 최-대한 숲에 더 가까울 수가 없을 정도로 대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투어도 안타깝게도 존재했다.

또한 동물들의 서식지는 팜오일 농장들로 인해서 (물론 다른 농장도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팜오일…) 점점 더 파괴되고 있어서 동물들이 살 곳이 줄어들고, 점차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가게되다보니 사람과 야생동물사이의 갈등이 점화되는 것도 이 지역사람들에게는 걱정인 듯 했다.

특히나 대부분의 투어 가이드들은 이 지역의 원주민, 오랑 아슬리들이었는데 어떻게 이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신들의 직업이기도 한 투어를 계속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이 유명한 지역인 만큼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으로서도 미리 검색하고, 어떤게 동물과 지역에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지 내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해 알고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망원경 사서 가길 정말 잘했다!
코끼리를 가까이서 찍으려 몰려있는 보트들

꿈만 같던 키나바탕간에서의 3박4일… 투어를 하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누워서 책을 읽으며 쉬어서 그런지 몸 상태도 꽤나 괜찮아져있었다.

우리는 이 이후 약 일주일을 쿠알라룸프르의 에어비앤비에서 천천히 보내며 몸과 정신의 휴식을 취했다. 물론 나는 컨디션이 조금 좋아지자마자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매일 걸어다니다가 매일 길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말레이시아의 홈플? 다이소? 라고 할수있는 마이딘!
칸지에서. 보기만 해도 그리운 저 난
숙소에서 바라보는 석양
숙소 근처 마켓에서 야채와 과일 쇼핑
칸지의 라마단 기념 디저트들…

우리의 인생 레스토랑이 되어버린 파키스탄 레스토랑 칸지에서 밥을 먹고, 라마단 마켓에서 디저트를 사고, 에어비앤비에 음식을 포장해와서 시리즈를 보며 저녁을 먹고, 말레이시아의 세컨핸드샵인 “번들 Bundle”에서 옷 쇼핑을 하며 지나간 말레이시아 2.5달 배낭여행, 더 좋을 수 없던 그 마지막 행선지 쿠알라룸프르…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말레이시아, 그 다양한 문화가 주는 매일의 설렘과 기대 그리고 그 속에서 어우러짐을 느꼈던 날들. 이 곳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오래 우리를 품어준 말레이시아,잊을 수 없는 추억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떠나며… 말레이시아 또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