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2.5달 배낭여행
내가 몰랐던 말레이시아, 사바 Sabah
첫번째 - 겨우겨우 코타키 나발루, 산다칸
2025년 3월의 기록
조지타운에서의 워크어웨이를 할 때에도, 우리는 다음 목적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어디를 갈까 - 대화를 하던 중, 팀이 자신이 최근 읽고있는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의 육지동물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만 좋다면 이 곳에 가보고싶다고 했다. 사실 나는 검색을 많이 해보는 편은 아니기에 나는 말레이시안 보르네오는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코타키 나발루 밖에 모르고 있었다. 내 상상속 코타키 나발루는 아름다운 섬에서 지내며 뷔페 아침을 먹는 신혼여행이라… 우리가 하고 있는 배낭여행과는 딱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팀과 함께 검색을 하며 알게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사바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큰 섬인 보르네오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 브루네이 /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사바 주)로 나뉘어져있었고, 사바 주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코타키 나발루를 제외하고도 사바에는 동굴, 야생동물, 스노클링, 다이빙, 등산 등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부분을 모아놓은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야생동물, 그것도 운이 좋으면… 코끼리나 오랑우탄!“이라는 점에 꽂혀서, 팀과 나는 다음 목적지를 사바로 정했다.
이번 여행의 리드는 팀이 하기로 했고, 팀이 열심히 검색을 해본 결과, 우리는 아래와 같은 일정표를 대충(!) 꾸렸다.
코타키 나발루로 도착해서 - 코타키 나발루 근처 바다 및 주변 구경 / 코타키 나발루 산이 있는 국립공원은 등반이 어려우므로 (1박2일 코스이고 가이드를 무조건 동반해야하는데, 우리는 장비도 없고 정상에서 입을 따뜻한 옷도 없어서 패스하기로 결정) 국립공원 출입 후, 그 근처 짧은 등산 및 근교 여행 - 산다칸 Sandakan으로 가서 반달곰 및 오랑우탄 보호소 구경 - 키나바탕간 강 Kinabatangan River에서 강 근처에 묵으며 배 타는 크루즈로 야생동물들 보기 …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 타와우 힐 Tawau Hill 혹은 다이빙과 스노클로 유명한 셈포나 Semporna로 가기로 결정했다.
대충의 계획은 짰지만, 우리는 매진이 될 가능성이 있는 키나바탕간 강 크루즈를 포함하는 숙소까지만 예약했는데 이건 정말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여튼, 한치앞도 못봤던 우리는 신나고 들뜨는 마음으로! 조지타운을 떠나 코타키나발루로 향했다.
코타키 나발루에 비행기의 연착으로 늦은 밤 도착한 우리는, 그 다음 날 시티를 둘러보고 국립공원으로의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렌트하고, 코타키 나발루에서 석양으로 유명한 탄중 아루 Tanjung Aru에서 해가 서서히 지는 걸 보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코타키 나발루에서 지낸 호스텔 앞에는 라마단 마켓이 있어 이 날 우리도 그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조지타운에 있을 때 라마단이 막 시작되었는데, 짐을 싸고 떠날 채비를 하느라 라마단 마켓에 가보지 못했다. 라마단 마켓은 매 라마단마다 흥행한다고 하는데, 해가 지기 전 음식을 사 집으로 가거나 다들 거리에서 먹을 채비를 한 후 - 해가 지면, 다같이 기도를 하고 먹는 모습을 코타키 나발루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도 해가 다 지기 전 라마단 마켓으로 급히 그랩을 타고 돌아와 다같이 기도를 하고 식사를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워낙 마켓을 즐기는 나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말레이시아에서 남은 기간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면 라마단 마켓으로 가 저녁을 사 먹었다. 라마단 기간동안 여행했지만 대부분의 레스토랑/카페는 영업시간이 변하지 않았고, 우리는 길거리에서 먹는 걸 이 기간동안 조심했을 뿐 오히려 라마단 마켓으로 여행이 풍성해졌던 것 같다. 또한, 여행 중 만난 무슬림들에게 우리(외국인/비무슬림)가 먹어도 괜찮냐, 하며 물어보니 그들은 라마단을 하는 자체가 자신들의 신과 신념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힘들지도 않다는 말들을 듣고 오히려 정말 신념이 강하고 행동하는 종교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코타키 나발루 산이 있는 국립공원에 가게된 날. 정말 갑-자기 아침부터 컨디션이 별로였고, 원래 가지고 있던 사소한 질병이 심해져 온 몸이 아픈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약을 먹으면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나는 약국에서 약을 잔뜩 사서 먹고 팀을 안심시키며 산으로 향했다. 동남아 여행에서 자동차 렌트는 처음이었는데, 사바는 다른 동남아보다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았지만 산으로 가는 길은 많이 구불구불했다. 그렇게 도착한 코타키 나발루의 가장 높은 산 - 컨디션이 별로인 몸이었지만 약빨로 두 개의 코스를 마치고, 지나가는 새와 벌레, 아름다운 꽃과 나무에 감사하는 시간을 보낸 후 근교 드라이브를 하고 우리는 다시 코타키 나발루로 돌아왔다.




코타키 나발루에서 한국인이라면 다 간다는 센트럴 마켓으로 가서 말레이시아에서 나의 최애가 된 말레이시아 식 팥빙수인 첸돌 & 안에 땅콩 부스럼과 설탕이 들어있는 것 같은 말레이시아 식 (?) 호떡 & 나시 칸다를 먹고 최근 본 석양 중 가장 아름답던 석양을 본 이후… 울 것 같은 고통에 나는 숙소로 와서 뻗어버렸다.



다음 날, 우리는 산다칸 Sandakan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는 약 5-6시간 걸린다고 알고있었는데, 정말 5분도 일직선으로 간 적이 없을 정도로 구불구불했다. 버스가 만석이 아니라 다행히 나와 팀은 각각 두 자리씩 차지해서 조금 나았지만 어제 무리해서 그런지 몸 상태가 더 안좋아진 나에게 버스는 정말 고문과도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산다칸. 펑키(?)한 숙소는 바다 근처에 있었고 이 곳에서 오랑우탄 보호소, 반달곰 보호소, 그리고 플로팅 빌리지 Floating village도 가고 싶었지만… 나는 몸 상태가 더 안좋아져 이틀 내내를 숙소에서 보냈다. 팀과 같이 있어도 팀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는데다가 나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팀이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을 혼자 가서 사진을 많이 찍어왔고 이걸 보는 게 낙이었다. ㅎㅎㅎ
약국에서 준 약으로도 전혀 몸이 나아지지 않아 구글 맵에서 “닥터”를 검색해서 나오는 작은 클리닉에 가 진단을 받았고 클리닉에서는 약 10가지가 넘는 약 종류를 주셨다.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 다음 날부터 내 상태는 천천히 - 호전되기 시작해 우리는 키나바탕간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에 나을 것이 아니라는 의사의 말과 정말 천천히 - 호전되었던 상태 때문에, 팀이 먼저 타와우나 셈포나를 넘기고 키나바탕간 이후 의료시스템이 좋고 큰 병원이 있는 쿠알라 룸프르로 넘어가 말레이시아에서의 마지막 몇 일을 보내는 것을 제안했다. 사바에 기대가 컸던 팀의 마음을 알지만 내 몸상태도 알고있었던 나는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이후, 태국을 갈 지 아니면 캄보디아를 갈 지 고민하던 우리는 - 말레이시아에서 태국으로는 버스나 기차, 캄보디아로는 비행기라는 옵션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버스나 기차는 장시간이라 조금 걱정하던 중, 쿠알라 룸프르에서 시엠립으로 가는 비행기가 꽤 저렴하단 것을 알게되었고… 즉흥적인 우리는 키나바탕간 강 이후, 말레이시아의 마지막 몇 일을 쿠알라 룸프르에서 보낸 이후 캄보디아, 시엠립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바에서 보낼 시간이 예상보다 짧아져 걱정했지만, 키나바탕간에서 보낸 3박4일의 시간은… 그 모든 순간이 정말 특별했다.